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한 미국 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이 졸속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시넷(CNet)은 배심원 평결이 ‘졸속 평결’ 논란을 빚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배심원들은 복잡한 평결을 하면서도 판사에게 단 한 번의 질문도 하지 않은 채 700여개에 이르는 평결 양식을 모두 채웠다. 시넷은 “배심원들이 저마다 주관적인 잣대로 평가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시넷의 필자인 크리스 마티스칙은 배심원들이 ‘애플은 잘못이 없다’고 확신했거나 판결을 빨리 끝내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추정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나는 최소한 평의가 1주일 이상 이어지길 원했다”며 “소송과 관련된 모든 미세한 차이, 전문가 의견, 예기치 않은 위험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그러나 배심원들만은 평결이 빨리 끝나기를 원했다”며 “배심원들은 창 밖을 보며 ‘주말 요트를 즐기기 아주 좋은 날씨야’라고 말하며 급히 마무리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시넷은 배심원이 ‘애플은 옳고 삼성은 나쁘다’는 결론을 미리 내린 상태에서 평결문을 급히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평결이 22시간 만에 내려질 것이라고는 애플의 변호인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플 변호인 가운데 한 명은 24일 평결이 없을 줄 알고 피케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법원 주변을 돌아다니다 목격되기도 했다. 법률 전문 사이트 ‘어버브 더 로(above the law)’는 “이 모든 재판 관련 조항을 이해하는 데만 3일 이상이 걸린다”며 “배심원 신사숙녀 여러분은 혹시 동전 던지기를 하셨습니까”라고 비판했다.

미국 법률 전문 사이트 그로크로도 “배심원들은 삼성전자 단말기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2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했다”며 “불법이 아닌데도 배상하라는 이상한 평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