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금생활자에 '건보료 부과' 돌연 연기, 공무원 거센 반발…복지부 '후퇴'
퇴직한 고위 공무원과 군인 등 고액 연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물리려는 계획이 내년 초로 연기됐다. 연금가입자와 해당 정부 부처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1일 시행할 예정이던 연 4000만원 이상 연금소득자에 대한 건보료 부과 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은퇴 후 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연금액이 아무리 많아도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한 가족이 있으면 피부양자로 분류돼 보험료를 물지 않고 있다. 매년 4000만원 이상 연금을 받으면서 보험료를 내지 않는 고액 연금수령자는 고위직 퇴직 공무원과 교수 군인 등 1만2000명에 이른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고쳐 다음달부터 이들에게 월평균 19만2000원의 보험료를 물릴 방침이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등은 연금 수령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 시행이 연기된 것이다.

퇴직 공무원 모임인 공무원연금수급자협회 등은 “연금은 재직 중 납부한 돈을 받는 것으로 현재 발생하는 소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재직 중에 월급에서 건보료를 냈는데 월급에서 뗀 연금에 건보료를 물리는 것은 이중 과세라고 반발했다.

복지부는 또 내년 세법개정안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연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이 시행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건보료 부과기준을 연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추면 대상자는 당초 예상보다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금융소득과 연금소득을 합치는 과정에서 국세청의 자료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금융실명제법 때문에 자료 제공이 힘들다고 버틸 경우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이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제외된다”며 “금융소득과 연금소득의 피부양자 적용 기준 사이의 형평성을 고려해야하므로 세법 개정 결과를 보고 연금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