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 '먹거리 하소연'…첫 상품화 주식담보대출 등 캐피털·은행권이 시장 잠식
저축은행업들이 좀체 영업 돌파구를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영업이 중단된 가운데 주식담보대출 등 애써 발굴한 대출 시장마저 타업권에 빼앗기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4년 전 저축은행들이 처음으로 출시해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던 주식담보대출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시장점유율은 67%로 전년 동기보다 15%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이 기간 대출잔액은 8363억원에서 77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0.3%에 불과했던 보험업계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3.5%로 급증했다. 33억원이던 대출잔액이 1543억원으로 늘었다. 캐피털업계도 대출잔액이 1753억원에서 2116억원으로 늘면서 시장점유율이 1.4%포인트 상승한 18.6%로 높아졌다.

저축은행업계는 감독 당국의 규제로 인해 영업 경쟁력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 금리가 높다는 비판이 일면서 2010년 대출한도를 자기자본 미만으로 하는 규제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업계와 캐피털업계는 이런 규제도 없고 설사 같은 규제를 받는다고 해도 자기자본이 커서 소용도 없다”며 “재주는 저축은행이 부리고 돈은 타금융권이 챙기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저축은행이 처음 선보인 전세금 담보대출도 타금융권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캐피털업계가 급속히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일부 시중은행은 저축은행의 전세금 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고금리 제2금융권 대환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다들 서민과 지역 밀착형 사업에서 저축은행의 역할을 찾으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며 “기존 시장을 지키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서민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동안 저축은행업계는 비과세 상품 및 펀드 판매 허용 등을 정부에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불완전판매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얼마나 어려우면 중앙회 회장조차 하겠다는 사람이 없겠느냐”며 “다세대주택이나 원룸 등에 대한 보증상품 개발 등으로 저축은행의 활로를 조금이라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