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일방적으로 애플 손을 들어준 배심원단의 대표 벨빈 호건(67·사진)은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가 의도적이었음을 ‘절대적으로’ 확신했다”고 주장했다.

호건은 평결 다음날인 25일(현지시간) “혁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애플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고 평결 이유를 밝혔다. 엔지니어로 일하다 은퇴한 그는 특허를 제출해본 경험과 관련 법률, 공학 지식을 내세워 배심원단 대표가 됐으며 이번 평결을 주도했다.

호건은 삼성의 특허 침해가 고의적이었는지를 결정하는 데 구글과 삼성 경영진의 내부 이메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삼성에 2010년 2월 이메일을 보내 ‘삼성 제품이 애플 제품과 덜 비슷하게 보이도록 디자인을 수정하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기업(삼성전자를 지칭)은 어떤 기업이 됐든지를 떠나 ‘전권 위임장(carte blanche)’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놓아두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배심원단)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가볍게 꾸짖는 수준이 아니라 비합리적이어서는 안되지만 충분히 고통스러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플이 요구한 배상액 27억5000만달러는 과도하게 높았다고 배심원단도 인정했으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한 삼성전자에는 고통스러운 배상액(10억4939만달러)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