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여파로 올 상반기 신용카드 이용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에도 자녀 교육에 들이는 비용은 좀처럼 줄일 수 없어 빚을 지고 교육비를 과다하게 지출하는 '교육 빈곤층'이 300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의 '상반기 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신용카드 결제금액(승인 기준)은 하루 평균 1조51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용카드 결제금액 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1.7%에서 반등해 작년 상반기엔 11.2%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지난해 하반기 8.0%로 주춤한 뒤 증가폭이 올해 상반기 재차 크게 낮아졌다.

최근 소비둔화로 카드 이용 증가세가 축소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신용카드 이용 건수는 늘었지만 건당 결제금액은 축소됐다. 이용건수는 하루 평균 1973만건으로 13.6% 늘었다. 건당 결제금액의 경우 올해 상반기 7만7000원을 기록해 2008년 상반기 11만3000원 대비 급감했다.

체크카드 결제금액도 증가폭이 크게 감소했다. 체크카드 결제금액은 하루 평균 220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견줘 20.4% 확대됐다. 체크카드 결제금액 증가율은 2009년 하반기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40%를 넘나들었다.

이 같은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비는 과다하게 지출하는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부채가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임에도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 빈곤하게 사는'에듀푸어(교육빈곤층)'가 300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 빈곤층'은 82만4000가구, 가구원은 30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632만여 가구 중 13%에 해당한다. 세대별로는 40대가 가장 많고 대졸·중산층이 대다수다.

보고서상 지난해 교육 빈곤층은 월 평균 313만원을 번 것으로 집계됐다.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전체 가구(이하 전체 교육가구)의 소득 433만4000원보다 120만원 모자라는 '평균 이하'다.

그러나 교육비는 더 썼다. 전체 교육가구가 평균 51만2000원을 교육비로 지출한 데 반해 교육 빈곤층은 소득의 28.5%에 달하는 86만8000원이 나갔다.

특히 사교육비 부담이 컸다. 중·고등학교 자녀의 사교육비 지출은 교육가구 전체에서는 월 48만5000원이었지만 교육 빈곤층은 69만5000원에 달했다.

유치원·초등학교 사교육비 역시 전체 평균은 25만6000원이지만 교육 빈곤층은 그 두 배 가까운 50만8000원을 지출했다.

가계수지는 당연히 적자다. 교육 빈곤층은 한달에 313만원을 벌지만 381만5000원을 지출, 매달 68만5000씩 손해를 보고 있다.

교육빈곤층의 대출 이자 지출도 평균 15만2000원을 기록, 전체의 12만7000원보다 많았다. 이는 교육 빈곤층이 전세금이나 주택대출이나 전세금 등 가계부채를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교육 빈곤층의 73.3%인 60만5000가구가 중산층임을 고려하면 과다한 교육비 때문에 이들이 하위계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학력 중시 풍조에 가계부채를 끌어안은 가구조차 자녀 교육에 과도한 지출을 해 생활이 빈곤해지고 있다"며 "초·중·고 과정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큰 점을 고려해 공교육 내실을 다져 사교육 필요성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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