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까지 국토대장정을 갔다 온 지 5개월이 지난 뒤에 마음속에 뭔가가 생긴 것 같았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래서 다시 한번 가려고 결심했다.”

배우 하정우는 오는 30일 극장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영화 ‘577프로젝트’(감독 이근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해남에 도착했을 당시 첫날 출발할 때와 느낌이 다르지 않다고 했던 그이지 않은가. 역시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오는 법인 것 같다.

서울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577㎞를 뜻하는 ‘577 프로젝트’는 그의 뜬금없는 공약으로 시작된 국토대장정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5월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황해’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기 직전, 전년도(‘국가대표’로 수상)에 이어 또 상을 받을 리 없다며, 상을 받게 된다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입조심 좀 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지만, 수상과 함께 약속을 실천할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가 국토대장정을 약속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준비 과정과 실제 국토대장정에 오른 20일간의 여정을 보여준다.

그는 ‘러브픽션’에서 공연한 공효진을 구슬려 국토대장정에 동참시킨다. 김성균 등 덜 알려진 배우와 미스 춘향 출신 배우 지망생, 개그맨 등을 포함해 16명의 원정대를 꾸렸다.

고단한 행군 중에 일부 대원의 독특한 캐릭터와 이들의 충돌로 잠깐씩 일어나는 갈등 관계가 긴장감을 준다. 한 대원은 뛰어난 연기로 다른 대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제작진이 연출한 노골적인 투자·협찬사 광고는 기존 관념을 깨뜨리며 쏠쏠한 재미를 안긴다.

공효진은 특유의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친근감을 더한다. 대장정을 마친 그녀의 소감은 의외다.
“땅끝마을에 도착하니 당장 내일부터는 매일같이 눈뜨고 눈을 감던 사람들이 없어진다.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혼자라는 게 너무 외로워질 것 같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