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뉴스 기사에 한해 '성인 인증'을 해제하자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의 무분별한 노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안철수 룸살롱'이란 검색어가 성인 인증을 하지 않아도 결과가 뜨는 반면 '박근혜 룸살롱' 등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검색어 조작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룸살롱 등 청소년 유해 단어들이 대거 노출됐다.

네이버는 즉각 '청소년 유해 단어'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하지만 뉴스 기사는 성인 인증 필요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편했다. 뉴스는 가장 기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콘텐츠라는 것이 개편의 배경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운영하는 다음 역시 이같이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점유율 70%에 달하는 네이버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이번 개편에 따른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소비자 및 관련 업계에선 "뉴스 기사 역시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교육 및 정서상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로그인을 하지 않고 검색창에 성관계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치자 네이버에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부적절한 결과는 제외하였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하지만 뉴스 기사는 예외였다. 성관계에 관해 조언을 해주는 칼럼부터 성중독자들의 실태를 다룬 르포 기사까지 자극적인 내용이 쏟아졌다.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박지영 씨(40)는 "최근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안철수 룸살롱' 단어가 뜨면서 아이들이 룸살롱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웃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씨는 "스마트폰을 지닌 초등생들이 늘어나면서 각종 정보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데 포털사이트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비판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 등 자칫 상충할 수 있는 여러 가치들을 충족시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이번 개편은 많은 것을 고려해 이뤄진 것"이라며 관련 문제에 관한 대응책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들의 클릭 수 경쟁으로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네이버의 결정은 섣부른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상헌 NHN 대표는 당시 개편을 발표하며 "유해해 보이는 검색어라도 검색어가 포함된 맥락이 제각각 일 수 있고, 성인 또한 관련 기사를 보기 위해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반드시 로그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성인'보다는 '청소년'을 먼저 고려한 개편이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나일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포털이 언론보다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털사들은 언론사만큼의 책임과 지성을 갖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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