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를 구입할 때 성능보다 가격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건전지들의 가격과 성능을 분석한 결과,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은 최대 9배나 차이났다.

한국소비자원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1차 전지 중 AA사이즈의 알카라인 건전지(알칼리망간건전지, 11개) 및 리튬건전지(1개) 12개 제품을 대상으로 건전지 사용조건별 용량 등에 대해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소비자원은 △리모컨·디지털 도어록 등에 사용하는 저율방전 △전동 장난감, 전자 게임기 등에 쓰는 중율방전 △디지털카메라, 카메라플래시 등에 사용하는 고율방전 등 세 가지 조건으로 나눠 발표했다.

먼저 저율방전 조건하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한 제품은 '테스코 파워하이테크'(300원)로 가장 비싼 '에너자이저 얼티메이트 리튬'(2,725원)과 9배나 차이났다.

반면 조사 제품 중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제품은 '로케트 파워'(887.5원)로 사용가능한 용량이 2059mAh이었고, 가장 우수한 제품은 '에너자이저 얼티메이트
리튬'(2725원)으로 용량이 3205mAh이었다. 이들 제품의 성능 차이는 1.56배에 불과하다.

중율방전·고율방전 조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율방전 조건하에서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제품은 '로케트 파워'(887.5원)로 사용가능한 용량이 1712mAh이었고, 가장 우수한 제품은 '에너자이저 얼티메이트
리튬'(2725원)으로 사용가능한 용량이 3166mAh이었다. 최고·최저 가격 차이는 최대 9배인 반면, 성능 차이는 1.85배에 머무르는 셈이다.

고율방전 조건에서는 제품별로 가격 차가 최대 9배, 성능 차가 7.5배까지 벌어졌다.

소비자원은 이와 함께 성능과 가격을 종합해 조건별로 우수제품을 선정했다.

저율방전 조건에서는 '테스코 파워하이테크'가 최고의 제품으로, '에너자이저 얼티메이트 리튬'가 가격 대비 성능 최하위 제품으로 꼽혔다.

테스코 파워하이테크(300원)는 사용가능한 용량이 2203mAh로 성능 자체만으로는 조사대상 제품 중 11번째였지만,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이로 인해 가격 대비 성능은 7.34mAh/원(100점)으로 가장 뛰어났다.

에너자이저 얼티메이트 리튬(2725원)은 사용가능한 용량이 3205mAh로 성능 측면에서는 가장 뛰어났지만 가격이 가장 비쌌다. 이 제품은 종합평가 결과, 가격 대비 성능이 1.18mAh/원(16점)으로 최하위였다.

이 두 제품은 중율방전 조건에서도 각각 최고 제품과 최하위 제품으로 선정됐다.

고율방전 조건에서는 테스코 파워하이테크가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에너자이저 얼티메이트 리듐이 두 번째로 우수한 제품에 뽑혔다.

한편 건전지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방전시켰을 때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방전 시험 결과, 전 제품에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은 "건전지 구입 시 가격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동일한 건전지라도 어느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므로 본인의 사용조건을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