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충청점에는 '명품' 보다는 '유플렉스'에 신경을 썼습니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23일 충청점 오픈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현대백화점은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지만 그만큼 늙어가고 있다"며 "영패션 전문관인 유플렉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이번 오픈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별도의 관으로 꾸며진 유플렉스는 지하 1층~지상3층 4개층이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을 타겟으로 한 패션, 화장품, 식음료 등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에 유플렉스관을 따로 운영하고 있지만 별도 오픈했었다. 본관과 함께 유플렉스가 오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충청지역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로 입점시켰다. 유플렉스 1층의 로얄석에 자리를 내줬다. 2층에는 유니클로를 비롯해 영·진 캐쥬얼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지하에는 지웰몰과도 연결돼 젊은층의 흡수가 원활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충청점에는 '명품' 브랜드는 적은 편이었다. 1층에는 페라가모, 코치, 멀버리 등의 브랜드와 편집숍 정도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자체 상권분석결과 명품에 대한 수요나 니즈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하 사장은 말했다.

그는 "페라가모를 입점시키기 위해 이탈리아로 직접 가서 설득했다"며 "주위에서는 아직까지는 상권이 형성되지않았다고 보지만 광역상권이 넓게 분포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청주시내의 도로망이 잘 발달된데다 중부고속도로 서청주IC와 인접해 인근 지역의 소비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 사장은 지역 소비층을 80만~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가 침체된 와중에 백화점을 오픈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 신영지웰시티 1차는 미분양이 다소 남아 있었는데 백화점 오픈을 앞두고 90%대로 입주된 것으로 안다"며 "다른 업체와 경쟁한다기 보다는 상권을 확대한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오픈한 대구점과 비교하면서 경쟁보다는 시장확대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실제 백화점 주변에는 롯데가 아울렛과 쇼핑몰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편 하 사장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에게 판매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과 관련 소신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해 백화점 업계 평균 이익률이 4.7%였는데, 이 정도는 되야 재투자도 하고 고용창출도 할 수 있다"며 "백화점이 진정으로 협력회사를 살리는 길은 매출을 많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라서 기본적인 판매 관리비가 계속 들어가는 산업인데, 매출이 조금만 꺾여도 이익은 2~3배가 떨어지는 구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 사장은 "미국계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는 마진율이 50% 수준이지만, 국내 백화점의 평균 마진율은 20~30% 사이"라며 "관리비를 고려한다면 더이상 추가 수수료 인하는 무리다"라고 역설했다. 일본백화점이 정부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결국 실패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청주=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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