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지 않는 솥 정도는 이루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작은 이정표 하나 지났을 뿐입니다. 또 다른 시작이라고 봐야죠.”

‘1000만 가입자 달성’을 눈앞에 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64)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정족지세(鼎足之勢)’라는 고사성어를 들며 “이제 비로소 ‘통신 삼분지계’의 일원으로 올라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더 높은 목표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KT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 부회장은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에 ‘올인’해 ‘만년 꼴찌’였던 LG유플러스를 LTE 시장 2위에 올려놓았다.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로 LTE망을 통한 음성통화(VoLTE) 서비스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VoLTE는 음성·영상·데이터가 융합되는 올-아이피(All-IP)시대를 여는 시작”이라며 “기존에 없던 혁명적인 서비스를 통해 ‘롱텀에볼루션(LTE)’이 아닌 ‘롱텀레볼루션(LTR)’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LTE 가입자는 늘었지만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통신사업은 대규모 투자를 먼저 하고 다수로부터 소액의 사용료를 나중에 받는 구조입니다. 2분기 마케팅비용을 많이 썼는데 상당 부분 ‘건전한’ 비용입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미래 이익을 담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사 중 유일하게 5분기 연속 가입자당매출(ARPU)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말에 경쟁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연간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상반기에 마케팅비용을 많이 쓴 데다 하반기는 애플 아이폰5 등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마케팅비 증가 요인이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작년만 못할 겁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부채비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단말기입니다. 단말기 채권을 유동화하면 부채비율이 뚝 떨어졌다가, 단말기 구입을 늘리면 다시 올라갑니다. 연말부터는 부채비율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VoLTE가 통신업계 관심사입니다.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VoLTE 서비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커버리지(서비스 제공지역)입니다. 음성이 끊기면 안 됩니다. LG유플러스는 가장 앞서 LTE망을 읍·면 단위까지 촘촘히 깔았습니다. 경쟁사와 달리 기존 통신망보다 커버리지가 훨씬 좋습니다. 두 번째는 품질입니다. 우리는 가장 먼저 VoLTE를 준비해 99.67%의 성공률을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단말기가 많이 없지만 다음달부터 제조사들이 모두 VoLTE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내놓으면 앞선 품질의 Vo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향후 경쟁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커버리지 경쟁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재 완성된 전국망 커버리지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등 완벽한 LTE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LTE 위에 LTE’라는 모토로 모바일IPTV인 U+HDTV, 1 대 1 화상교육, 클라우드 게임 등 혁신적인 LTE 서비스도 선보였습니다. 커버리지 경쟁력을 서비스 경쟁력으로 바꿔나가겠습니다.”

▶새로운 융합 서비스는 어떤 것을 구상하고 있나요.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에 이어 VoLTE 서비스 ‘지음(知音)’을 내놨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 2~3개를 더 준비 중입니다. VoLTE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지금까지는 음성·영상·데이터를 따로 전송했는데, VoLTE는 이 세 가지를 융합해 하나의 망으로 보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에볼루션’은 있던 것이 나아지는 것이고, ‘레볼루션’은 없던 것이 생겨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LTE를 LTR이라고 부릅니다. 데이터의 양과 질, 콘텐츠 3가지 측면을 고려한 요금제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음성·영상·데이터가 융합되는 만큼 요금제도 사용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겁니다.”

▶‘탈(脫)통신’ 성장전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저는 탈통신의 개념을 기존 빨랫줄(통신망)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신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광고, 클라우드, 게임, 교육, 스마트 헬스케어, 커머스 등입니다. LTE 전국망과 와이파이망 등을 활용해 통신과 연계한 사업을 계속 만들어갈 것입니다.”

▶LTE를 통해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만큼 해외 진출 계획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얘기가 들어옵니다. 기술 지원을 해달라, 지분 투자를 해달라 등 여러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분 투자할 여력은 아직 없고, 기술 지원은 고려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LTE 전국망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망 운영 노하우와 기술 지원 형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유선 서비스는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생각입니까.

“최근 스마트폰 형태의 ‘070플레이어’ 서비스로 집전화 개념을 바꿨습니다.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계속 내놓을 겁니다. LTE가 되면서 TV PC 스마트폰 태블릿PC가 함께 돌아가는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어느 단말기에서나 교육 의료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가정에서 유·무선 미디어 융합 서비스도 가능해졌습니다. IPTV의 개념과 위상도 올해 안에 바뀔 겁니다. 과거에는 TV를 켜고 바로 채널을 눌렀지만 앞으로는 라이브채널, 주문형비디오(VOD), 앱, 게임, 콘텐츠 가운데 고르는 방식으로 TV 시청의 개념이 바뀔 겁니다. 방송을 볼지, 다른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할지 선택하는 그런 때가 올 것입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통신사들이 기본료를 1000원 인하했습니다. 문자 인하까지 감안하면 총 금액이 1조원 가까이 됩니다. 소비자에게 1000원은 적은 금액이지만 통신사에 1조원이면 엄청난 투자를 할 수 있고, 경제에 윤활유가 될 수 있습니다. 5000만명이 1000원씩 들고 있으면 고속도로가 안 놓이지만 모으면 고속도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무조건 요금을 내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투자 많이 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다음달 애플이 내놓는 아이폰5에 시장의 관심이 높습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만큼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아이폰을 쓰던 사용자에게는 익숙하고 좋을지 모르겠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LTE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와 있는 LTE폰은 아직까지 속도와 영상 정도만 지원할 뿐이죠. 내년 이맘때는 돼야 진정한 LTE폰이라 불릴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조사들도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