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기업 위에 나는 소비자…화장품 가격 '거품' 걷히나
[전부경 기자] '비싼 화장품이 좋다'라는 상식은 이미 뒤집힌 지 오래다. 인터넷의 발달로 '그들만의 비밀'에 부쳐졌던 화장품들의 비밀이 속속 공개되면서 소비 패턴이 급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 것에서 나아가 진실을 알리고, 기업의 행태까지도 변화시킨다.

기존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광고 이외에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루트가 사실상 전무했다. 그저 좋다면 좋겠거니, 비싸다면 그만큼 비싼 값을 하겠거니 믿고 구매해야 했다. 고급 브랜드의 제품은 과시욕과 연결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비싸야 오히려 더 잘 팔리는 기현상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비싸야 잘 팔리던 시대 '블로그' 등장하며 막 내려
기업-블로거 공생관계 밝혀지자 새로운 대안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주목


이러한 판도는 2008년 무렵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블로거'들에 의해 바뀌기 시작했다. 일부 블로거들이 자신이 써본 제품에 대한 생생한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공신력을 얻으며 폭발적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들은 제품의 성분, 사용감, 효과 등을 낱낱이 공개하며 실속 없이 허울만 좋은 제품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위기를 느낀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문화가 활성화되고 '파워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하자 그들에게 제품을 협찬하거나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긍정적인 후기작성을 종용한 것. 취미로 하던 블로그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일부 블로거들은 양심을 팔고 기업의 앵무새가 되기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이에 '블로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해 말 일부 파워블로거들의 비양심적인 행동들이 밝혀지며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었다. 기업과 블로거들의 공생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블로거들의 공신력은 좀처럼 아물기 어려울 큰 상처를 입었다.

최근 블로거들은 포스팅 시 '00에서 제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는 등 투명한 블로그 문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초창기 블로거들의 순수한 동기, 사심이 전혀 섞이지 않은 날카로운 비판을 더 이상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초심을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극소수 블로거는 제외다.

현재 블로그에 올라오는 제품 리뷰들은 기업의 '체험단' 자격으로 무상 제공 받고 작성하는 경우가 반 이상이다. 공짜로 쓰면서 쓴 소리 하기는 민망한지 "이 점이 조금 아쉽네요", "가격 대비 효과가 좋네요" 등 완곡한 표현들이 눈에 띈다. '파워 블로거'는 더 이상 명예가 아닌 '직업'이다. 서점에 가보면 '파워 블로거 되기'에 관한 책들이 수십 권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작성한 후기를 믿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저물어가는 블로그 시대의 끝에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새로운 트렌드에 앞장서 소비자를 선도하는 이유다. 월 16,500원 가량의 일정 금액을 내고 전문가가 엄선한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보며 구매 여부를 고려할 수 있는 시스템은 철저히 '소비자 위주'다.

현재 글로시박스, 미미박스, W박스, 미스비박스 등 몇 개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몇몇은 제품 자체의 품질 검증 보다는 유명 브랜드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특정 브랜드와 연간 계약을 맺는 등 기업과의 공생을 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블로거들이 왜 공신력을 잃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터치터치' 우도호 대표는 "값비싼 수입 화장품의 원가를 알면 누구나 놀랄 것이다.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이 화장품 가격을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만들고 있다. 뛰어난 제품력을 갖추고도 광고 비용 부담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브랜드들을 '진흙 속 진주를 찾아내는' 마음으로 발굴하는 것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터치터치'의 목적이다"라고 설명한다.

'뛰는' 기업 위에 '나는' 소비자들이 기업을,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양심 없이 이익만을 탐하는 기업, 겉모습만 화려한 제품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게 될 것이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착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똑똑한 소비자들의 날개가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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