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시장 진출 '10년 시행착오'…지분 참여로 현지화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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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수교 20주년…차이나 2.0 시대 (5·끝) 중국 금융, 역발상으로 뚫는다
중국 진출한 은행들 현지 한국기업만 상대 '한계'
中규제 금융위기 이후 강화 영업제한에 신규출점도 힘들어
대우證 '中기업 국내상장' 대신 현지 한국법인 중국 상장 모색
중국 진출한 은행들 현지 한국기업만 상대 '한계'
中규제 금융위기 이후 강화 영업제한에 신규출점도 힘들어
대우證 '中기업 국내상장' 대신 현지 한국법인 중국 상장 모색
“국내 증권사가 중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주식 중개영업, 자산관리 업무는 물론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채권발행까지 모두 규제에 묶여 있으니까요.”
중국 베이징 서부 중심지에 있는 진롱제(金融街). 이곳에서 만난 한국 A증권사 B지사장은 앉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2000년대 중반 다른 국내 증권사들과 앞다퉈 중국시장에 진출해 분투하고 있지만 업황은 오히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초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을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위안화의 국제화도 홍콩 대만 등과의 무역 결제부터 순조롭게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국 내 자금흐름을 통제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금융사 활동 규제는 여전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더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앞으로 2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 가고 있다. 중국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현지화와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투자를 받으려는 ‘역발상’이 키워드다.
◆난관 부딪친 한국 금융사들
중국 진출 한국 금융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한국 기업을 보조하는 데 머물러 중국 내수시장을 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보험업과 비교해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는 은행업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중국 진출 한국 은행들의 한국계 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80% 이상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 중국법인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38.74%다. 국내 은행지주사들(12.86%)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지 은행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들고 간 돈을 소진하지 못하고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로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사정”이라며 “현지 마케팅을 활성화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에서는 ‘차이나리스크’가 회자되고 있다. 2007년 이후 15개 중국 기업이 상장됐지만 절반에 가까운 7개 기업이 회계 불투명과 불성실 공시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은 것이다. 상장폐지 문턱에서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3개다. 어렵게 해당 기업을 발굴하고 상장을 주선한 한국 증권사의 중국법인은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손해만 끼친 셈이 됐다.
삼성생명이 2005년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보험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보험사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96%. 나머지 시장을 놓고 25개 외국 보험사가 경쟁하고 있다. 영업범위도 엄격히 제한돼 매년 한 개 지역씩 영업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현재 영업이 가능한 곳은 베이징과 톈진, 칭다오, 쓰촨성 정도다.
◆기대보다 느린 금융 개방 속도
금융 개방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한층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국 기업이 상장돼 거래할 수 있는 증권시장인 ‘궈지반(國際版)’ 개설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캉첸 선인완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2013년까지 개설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외국인투자적격(QP)과 중국인의 해외 투자를 통제하는 국내적격기관(QD)도 자율화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하이 국제금융센터의 완성 시한으로 중국 정부가 정한 2020년이 돼서야 자본거래 완전개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선진 금융에 대한 불신이 중국 내에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유다. 쉬밍치 상하이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선진금융을 적극적으로 배우기 위해 규제를 푸는 추세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기류가 정반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지화와 역발상으로 돌파 시도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활발하게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10년 지린은행의 지분 16.98%를 인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하나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지분 인수로 지린성 최대 은행인 지린은행의 360개 지점과 중국 고객에 대한 접점을 찾은 것이다.
연내 베이징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준비작업을 하면서 중국 거대기업들과의 접촉부터 늘리고 있다. “타 은행의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중국 기업을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려는 전략을 바꿔 한국 기업 중국법인의 중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궈지반이 열리지 않더라도 외국계 기업의 상하이A 증시 상장 등은 지금도 가능한 만큼 중국 증시를 통한 자본조달을 적극적으로 주선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김태완 특파원(베이징·충칭) 이정호 기자(상하이·우한) 노경목 기자(칭다오·창춘·훈춘)
한국경제·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중국 베이징 서부 중심지에 있는 진롱제(金融街). 이곳에서 만난 한국 A증권사 B지사장은 앉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2000년대 중반 다른 국내 증권사들과 앞다퉈 중국시장에 진출해 분투하고 있지만 업황은 오히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초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을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위안화의 국제화도 홍콩 대만 등과의 무역 결제부터 순조롭게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국 내 자금흐름을 통제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금융사 활동 규제는 여전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더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앞으로 2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 가고 있다. 중국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현지화와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투자를 받으려는 ‘역발상’이 키워드다.
◆난관 부딪친 한국 금융사들
중국 진출 한국 금융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한국 기업을 보조하는 데 머물러 중국 내수시장을 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보험업과 비교해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는 은행업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중국 진출 한국 은행들의 한국계 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80% 이상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 중국법인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38.74%다. 국내 은행지주사들(12.86%)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지 은행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들고 간 돈을 소진하지 못하고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로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사정”이라며 “현지 마케팅을 활성화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에서는 ‘차이나리스크’가 회자되고 있다. 2007년 이후 15개 중국 기업이 상장됐지만 절반에 가까운 7개 기업이 회계 불투명과 불성실 공시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은 것이다. 상장폐지 문턱에서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3개다. 어렵게 해당 기업을 발굴하고 상장을 주선한 한국 증권사의 중국법인은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손해만 끼친 셈이 됐다.
삼성생명이 2005년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보험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보험사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96%. 나머지 시장을 놓고 25개 외국 보험사가 경쟁하고 있다. 영업범위도 엄격히 제한돼 매년 한 개 지역씩 영업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현재 영업이 가능한 곳은 베이징과 톈진, 칭다오, 쓰촨성 정도다.
◆기대보다 느린 금융 개방 속도
금융 개방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한층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국 기업이 상장돼 거래할 수 있는 증권시장인 ‘궈지반(國際版)’ 개설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캉첸 선인완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2013년까지 개설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외국인투자적격(QP)과 중국인의 해외 투자를 통제하는 국내적격기관(QD)도 자율화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하이 국제금융센터의 완성 시한으로 중국 정부가 정한 2020년이 돼서야 자본거래 완전개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선진 금융에 대한 불신이 중국 내에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유다. 쉬밍치 상하이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선진금융을 적극적으로 배우기 위해 규제를 푸는 추세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기류가 정반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지화와 역발상으로 돌파 시도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활발하게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10년 지린은행의 지분 16.98%를 인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하나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지분 인수로 지린성 최대 은행인 지린은행의 360개 지점과 중국 고객에 대한 접점을 찾은 것이다.
연내 베이징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준비작업을 하면서 중국 거대기업들과의 접촉부터 늘리고 있다. “타 은행의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중국 기업을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려는 전략을 바꿔 한국 기업 중국법인의 중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궈지반이 열리지 않더라도 외국계 기업의 상하이A 증시 상장 등은 지금도 가능한 만큼 중국 증시를 통한 자본조달을 적극적으로 주선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김태완 특파원(베이징·충칭) 이정호 기자(상하이·우한) 노경목 기자(칭다오·창춘·훈춘)
한국경제·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