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만든 영문공시 홈페이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라며 거래소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공시 내용이 한글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해진 거래소 영문공시에 대해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노력은 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2일부터 8월22일까지 거래소 영문공시 홈페이지에 등록된 공시는 총 3만852건이다. 이 중 내용이 영어로 작성된 ‘진짜 영문공시’는 0.35%(110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제목과 항목만 영어로 돼 있고 내용은 한글로 작성돼 있다.

지난 22일 올라온 삼성전자의 ‘Response to Request for Inquired Disclosure’(조회공시답변) 공시를 보면 제목과 항목은 영어로 돼 있지만 정작 중요한 “생산라인 확장을 검토 중으로 투자금액 등을 협의 중에 있으나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라는 내용은 한글로 돼 있다.

외국인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대형 상장사의 영문공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유가증권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영문공시는 한 건도 없다.

거래소 영문공시 담당자는 “영문공시 홈페이지를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며 “한글로 된 공시 내용을 모두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내용을 정형화할 수 있는 쉬운 것부터 바꿔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