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예금 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사에 대출업무를 허용해 줄 경우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대형 증권사에 기업 대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서 한은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한은은 22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금융겸업 논의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겸업에 대한 규제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금융겸업이란 하나의 금융회사가 은행 증권 보험 등 여러 금융서비스를 취급하는 영업 형태다.

미국은 일명 ‘볼커룰’인 금융개혁법을 통해 은행의 투자은행(IB) 업무를 금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영국도 소매·도매·투자금융업으로 구성된 겸업은행 체계에서 소매은행업을 분리할 예정이다.

송상진 한은 금융제도팀 과장은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증권·보험사에 대해 은행 업무의 내부겸업을 허용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시스템적 리스크 유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