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채(대외 채무) 규모가 지난 6월 말 4186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단기 외채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내놓은 ‘6월 말 국제투자 대조표’를 보면 한국의 외채 잔액은 4186억달러로 3월 말보다 61억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36억달러 감소한 이후 최근 3분기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기간별로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외채가 56억달러, 장기 외채가 5억달러 증가했다. 김경학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외은 지점의 단기 차입금이 늘면서 단기 외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이 만기 상환받은 자금의 일부를 단기 통안채에 재투자한 것도 단기 외채 비중이 높아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총 외채 중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3.8%로 3월 말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도 45.3%로 지난해 9월 말(46.1%)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외환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이지만 단기 외채 비중이 높아지는 건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할 경우 외국인이 투자 자금을 일시에 회수하는 과정에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