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파4홀이 214야드라고!”

파4홀의 길이가 214야드밖에 안되는 홀이 미국 LPGA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에서 등장했다.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킨리지GC 고스트크릭코스(파72·6611야드)의 17번홀은 여자 대회 사상 가장 짧은 파4홀로 셋업이 됐다.

이 홀은 원래 전장이 329야드지만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115야드 옮겼다. 선수들은 롱아이언이나 우드, 하이브리드클럽으로 ‘1온’이 가능했다. 파3홀인 14번홀(205야드)보다 고작 9야드 더 길었다.

그러나 이 홀은 그린 왼쪽에 벙커가 있고 그린 오른쪽에 해저드가 붙어 있어 ‘1온’이 쉽지 않다. 대부분 왼쪽으로 쳐 벙커나 러프에 떨어졌다. 두 번째샷은 그린 너머 해저드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소연(21)은 20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마지막날 16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미야자토 미카(일본)를 1타차로 압박했다. 그러나 운명의 17번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유소연의 티샷은 왼쪽 벙커 앞에 멈췄다. 미카도 그린에 못 미쳐 ‘1온’에는 실패했다. 유소연의 두 번째샷은 홀을 5m가량 지나쳐 파에 그친 반면 미카는 홀 50㎝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유소연은 이 짧은 홀에서 사흘간 한 차례도 버디를 작성하지 못했다.

강혜지(22)도 이 홀에서 무너졌다. 강혜지는 16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노획하는 ‘슈퍼샷’을 선보이며 선두를 추격했다. 그러나 17번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훅이 나 벙커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두 번째샷은 그린을 너머 해저드로 직행했다. 1벌타를 받고 ‘4온’을 했으나 3m 보기 퍼팅을 놓치며 더블보기를 하고 말았다.

미카에 2타차로 따라붙은 박인비(24)는 이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1.2m 이글 찬스를 만들었다. 성공하면 단숨에 공동선두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이글 퍼트는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최근 프로골프투어에서는 ‘1온’이 가능한 파4홀을 만들어 극적인 승부를 유도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PGA투어 프라이스닷컴은 358야드짜리 파4홀을 284야드로 만들었는데 당시 브리니 베어드(미국)가 3, 4라운드에서 ‘1온’에 성공하며 이글을 낚아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올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은 285야드짜리 파4홀을 조성했고 US오픈에서도 288야드짜리 파4홀이 있었다. 지난해 열린 호주마스터스 1번홀(파4)은 255야드에 불과했다.

유소연과 미카는 마지막날 매치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불꽃 튀는 맞대결을 펼쳤다. 둘은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도 ‘골프 한·일전’을 벌여 유소연이 금메달, 미카는 은메달을 받았다. 2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미카는 6, 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5번홀에서 1타를 줄인 유소연에게 3타차로 달아났다. 그러나 10번홀(파5)에서 유소연이 버디, 미카가 보기를 하며 순식간에 1타차로 좁혀졌다. 미카는 11번홀(파3)에서 8m짜리 긴 파퍼트를 성공시키는 행운도 따랐다. 유소연은 15번홀(파5)에서 60㎝ 파 퍼트가 홀 벽을 맞고 돌아나오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유소연은 18번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물에 빠진 데 이어 세 번째샷마저 그린 왼쪽 한 갤러리 의자 아래로 들어가버렸다. 네 번째샷도 홀을 훌쩍 지나쳤으나 ‘칩인 보기’로 합계 10언더파 공동 4위를 했다.

79번째 대회 만에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2타차 우승을 확정지은 미카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 일본은 세계 랭킹 3위 미야자토 아이와 함께 ‘미야자토 쌍포’ 체제를 갖추게 됐다.

전반을 이븐파로 마무리한 청야니는 10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뒤 11번홀에서 티샷이 개울에 빠지며 더블보기를 범한 데 이어 12, 13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하며 흔들렸으나 15, 16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합계 6언더파로 공동 11위를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