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 13일 증권사들의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을 공개한 것을 두고 증권업계에선 여러모로 부적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금감원의 실적 공개 시점과 관련돼 있다. 금감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국내 42개 증권사, 외국계 증권사 국내법인 9개사, 외국계증권사 국내지점 11개사 등 총 62개 증권사의 개별 실적이 담겨져 있다. 이 중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23개사는 상장회사다.

문제는 이들 상장 증권사 대부분이 아직 1분기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장사가 실적 공시를 하기도 전에 금감원이 이를 먼저 공개해 버린 셈이다.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상장 증권사들의 분기 실적을 추정한 분석 보고서를 준비 중이던 애널리스트들은 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법의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15조 1항 3호’에 따르면 상장사의 실적은 공정공시 대상이다. 즉 실적과 같은 공정공시 대상 정보는 공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투자자들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공시규정 위반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실적을 배포한 주체인 금감원은 상장사가 아니어서 공시규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없다”면서도 “금감원의 행위 자체만 놓고 본다면 공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 황당한 건 “공시 이후에 보도자료를 내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시 전에 발표했다”는 금감원 담당 실무자의 해명이다. 금감원이 평소 공정공시에 대해서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다른 불만은 금감원이 공개한 실적이 연결재무제표가 아니라 별도(개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집계된 것이라는 점이다. 작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모든 상장사들은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도 IFRS 주무 당국인 금감원이 증권사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별도재무제표를 사용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실적과 증권사들이 앞으로 공시할 실적이 달라서 투자자들의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자본시장의 질서를 지키는 ‘심판’ 역할을 한다. 그런 금감원이 오히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을 하는 걸 시장 참가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