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IP 고객社' 명단이 바뀐다
삼성전자에서 물건을 사가는 주요 고객 기업 명단이 바뀌고 있다. 휴대폰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PC업체 대신 미국 애플과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삼성의 ‘단골’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면서 협력사들은 두 회사 실적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가 삼성전자와 애플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1위 매출처는 애플이었다. 작년 상반기부터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소니를 제치고 2년 연속 수위에 올랐다.

2010년까지 1위였던 소니는 지난해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TV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와 LCD(액정표시장치) 합작(S-LCD)을 청산하면서 삼성에서 받는 부품량이 줄고 있어서다.

올해엔 글로벌 이통사들이 처음으로 5위권 안에 들어왔다. 유럽권 이통사인 도이치텔레콤이 지난 1분기에 처음으로 삼성의 4위 매출처가 된 뒤 올 상반기엔 베스트바이를 꺾고 3위로 뛰어올랐다. 미국 3위권 이통사인 스프린트 넥스텔도 처음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종전 ‘톱 5’였던 HP와 델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2년간 PC메이커에 납품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줄어들고 이통사에 판매하는 휴대폰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IT&모바일커뮤니케이션(IM) 부문의 2분기 매출은 24조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휴대폰 판매 급증으로 삼성 계열사들의 삼성전자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에 휴대폰 패널을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6%에서 올해 상반기 68%로 늘어났다. 삼성전자에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도 지난해 40%대였던 삼성전자 의존도가 상반기 50%에 육박했다.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이익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분기에 삼성전자가 최대 이익을 내자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고 삼성전기는 지난해보다 갑절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성전자와 함께 ‘슈퍼 갑’으로 부상한 애플이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춤하면서 애플 부품사들은 휘청거렸다. 2분기 갤럭시S3 출시 등으로 애플 아이폰4 판매량이 전분기보다 26% 감소한 2600만대를 기록하자 부품사들은 어닝 쇼크를 겪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2위인 일본 도시바의 2분기 매출(9억5000만달러)은 1분기 대비 39.4% 급감했다. 낸드 시장 점유율도 22.6%로 삼성전자(42.4%)와 격차가 19.8%포인트로 벌어졌다. 도시바는 결국 다음달부터 30% 감산에 들어간다.

뉴아이패드용 패널 불량 사태를 겪은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제때 납품하지 못해 1분기에 매출 6184억원, 영업적자 1780억원을 냈다. 납품이 정상화되며 2분기엔 매출 6910억원, 영업적자는 260억원으로 줄었다. 미국 집단소송 배상금으로 낸 2000억원만 아니었으면 영업흑자도 가능한 성적표였다. LG이노텍도 2분기 아이폰4 판매량 감소에 따라 카메라모듈 매출이 전분기보다 15% 줄어든 3280억원에 그쳤다.

정인설/김현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