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불법 금융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미국 금융당국에 거액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이란과의 불법 거래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금융감독청(DFS)은 SC은행이 이란 돈 세탁 혐의에 대해 벌금 3억4000만달러를 물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SC은행은 또 미국 당국으로부터 2년간 금융거래 감시를 받고 뉴욕 사무실에 회계감사관을 두는 방안을 수용했다.

이번 합의는 관련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다. 앞서 뉴욕 금융감독청은 SC은행이 이란 은행들과 10년에 걸쳐 2500억달러 규모의 불법 거래를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하면 SC의 뉴욕주 은행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면허가 박탈되면 SC은행이 미국 시장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끊기게 된다.

SC은행이 벌금을 내는 데 합의하면서 미국 사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예정됐던 청문회도 취소됐다. SC은행은 1주일 전만 해도 혐의를 부인했지만 청문회가 다가오면서 미국 금융당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C은행은 이날 “문제가 된 거래는 실수로 발생한 것”이라며 “주주와 직원, 고객들을 고려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합의는 재무부를 비롯한 다른 연방 규제당국과는 별도로 이뤄졌다. 미 법무부와 재무부는 SC은행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