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후반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로, 전 세계 주요 뉴스의 헤드라인은 ‘국가 부도 위기’ ‘경기침체’ ‘ 금융 불안정’ 등의 키워드들로 장식되고 있다. 유럽발 경제 위기, 성장 둔화 등으로 빠른 경기 회복세가 불확실한 가운데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정책 결단이 불가피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경제 위기는 나라 경제 운영에 정부 관여도가 높은 국가들 내에서는 정치적 위기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런 정치 위기 상황 사례들은 우리에게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국민과 정부 간 사회적 계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 자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가. 앞으로의 정부 역할과 위치는 어떻게 정의돼야 하는가.

유럽 위기 한복판에서 고전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빅토르 가스파르 재무 장관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의 질문에 대한 의외의 해답을 제공해줬다. 가스파르 장관은 “근시안적인 정부의 지나친 공공 지출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포르투갈은 무차별적 단기 확장 정책이 야기하는 반생산적 결과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많은 정치인들은 경기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아직도 무분별한 공공 지출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국가 재정 상황은 듣기 좋고 그럴 듯한 정치적 공약들에 밀려 무시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한국의 정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12월 대선이 머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은 현재의 재정 상황은 무시한 채 득표를 의식한 정치적 감언들을 늘어놓고 있다.

한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국가 부채는 작년 동기 대비 10%나 증가했다. 이에 700개가 넘는 공공 기관들의 부채가 더해질 경우 한국의 총 국가 부채는 국가 총생산(GDP) 대비 무려 75%까지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국가 부채 급증은 한국의 국가 경제 자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이 매년 발행하는 경제자유지수 책임 편집장인 테리 밀러 대사는 2012년 경제자유지수에서 다음과 같은 경험적 사실을 발표했다.

“장기간의 부채 축적은 경제 자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중략)… 특히 지난 10년간 국가부채 축적 정도의 변화와 경제성장지수 변화 간 음의 상관 관계는 개발 도상국 대비 선진국 사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지나친 국가 부채 축적이 경제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보자. 현재의 심각한 경제 위기는 지속 불가능한 공공 지출 확대, 무분별한 복지 정책 남용 등에 근본 원인이 있다. 정부는 재정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약속했다. 그리고 이런 포퓰리즘 정책들은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초래했고 경제 자유를 저해했으며 그 결과 심각한 장기 불황을 낳았다.

올해 다가올 대선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에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지출 공약만을 내세우지 말고, 국가 재정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에 기반한 경제 자유 증진과 국가 발전을 위한 건설적 정책안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 내 대선 토론에서 경제 개혁 관련 내용들이 이토록 격렬한 논쟁의 중심이 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토론들의 합의점은 미래 한국의 장기 경제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의 경제 활동 관여 범위는 어떻게 규정돼야 하는가. 한국 사회는 국민과 정부간 사회적 계약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미래 복지 정책을 꾸려 나갈 것인가. 현 글로벌 경제 위기와 유럽 및 미국의 사례가 보여주듯, 무분별한 복지 국가로의 전환은 국가 부도 위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 이런 자멸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이번 대선에서는 미래 한국의 부와 기회 창출을 위한 경제 자유 증진 방법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뤄야 할 것이다.

앤서니 김 < 美헤리티지재단 선임정책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