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사가 포털업체 다음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 둔화 우려 등으로 단기 모멘텀이 약할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성장성에 비해 싼 주가 수준을 거론하며 단기적 실적 우려 보다는 장기 성장에 초점을 맞춘 투자 판단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법인인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인코포레이티드(CGII)는 특별관계자 50인과 함께 다음 주식 15만4496주(지분 1.14%)를 장내에서 추가로 취득해 총 보유 주식이 141만7391주(10.50%)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다.

CGII 등은 지난 5월 75만6816주(5.61%)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 보고한 이후 꾸준히 지분을 확대해 이날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CGII의 운용자산 총액은 750억달러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CGII 등이 10% 이상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서 기존 국민연금공단을 밀어내고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국민연금공단은 다음 주식 116만4248주(8.67%)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창업자 이재웅 등 다음의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16.33%이다.

검색광고 매출 부진에 따른 실적 둔화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다음에 대해 외국계 투자자가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로는 장기적 성장성� 비해 저평가된 주가가 꼽히고 있다.

실제로 최근 3개월 동안 수급 상황을 보면 외국인은 976억2800만원을 순매수하며 호전된 투자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검색광고 재계약을 통한 스폰서 링크 영역의 실적 개선과 자체 검색광고의 성장, Ad@m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서비스의 펀더멘털 개선을 고려할 경우 경쟁사들과의 밸류에이션 갭을 메꾸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실제 보수적인 2013년 실적 추정을 고려해도 다음의 2013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9.2배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강록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 하락 요인이었던 수익성 악화 전망과 오버추어 재계약 관련 불확실성, 모바일 경쟁력 약화 등은 주가에 선반영됐거나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시점에서는 2012년 기준 PER이 12.1배로 PER 밴드 하단에 위치한 저평가 상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날 다음의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2013년 예상 PER이 12.7배로 낮아졌으며 선두업체와의 밸류에이션 차이가 24%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검색광고 매출이 부진하지만 내년부터 대행 계약 변경 등으로 개선될 것이며,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 성과 확대와 모바일 게임 기대도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는 검색광고 대행사 변경 협상은 3분기(9월 말~10월 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측도 올해 말 종료되는 오버추어와의 검색광고 제휴 계약 협상이 3분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측은 △ 오버추어와의 재계약 △ NBP와의 계약 △ 자체 상품으로 변경 등 세 가지 모두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창영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이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며 특정한 선택지에 무게를 두고 있지는 않다"면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현재보다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