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진, 서울대 학생·해외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국립발레단 공연, K리그 축구 경기 관람까지

서울대 학생과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강사진에 발레와 축구 관람…. 서울 강남 대치동 어느 학원의 수업 프로그램이 아니다. 삼성그룹이 도서지역 중학생들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여름 방학 기간을 활용해 실시하고 있는 '드림클래스' 무료 여름 캠프다.

지난 10일 금요일 오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관 강의실 한켠에서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영어 퀴즈 대회가 벌어졌다. 삼성그룹 각 계열사에 소속된 해외 변호사 21명이 강사로 참여해 학생들에게 영어로 된 퀴즈를 냈다. "What is the capital of the U.S.A?"라는 질문이 화면에 뜨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뭐야! 너무 쉽잖아요" 라는 불평 아닌 불평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문제가 이어지자 학생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해졌다. 오전 9시부터 영어, 수학 선행학습을 마치고 간단한 점심 뒤에 학습과 놀이를 접목한 퀴즈 대회가 계속됐다. 학생들은 지친 기색 하나없이 프로그램에 임했다. 오후 6시까지 서울대 재학생 60명이 한명 당 2~3명의 학생들을 전담해 영어와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수업은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가면 배울 2학기 내용이 주를 이뤘다. 영어 퀴즈 대회처럼 중간 중간 변호사들의 특강도 받았다. 저녁 식사 후에는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으로 이어졌다. 학업 뿐만 아니라 도서 지역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 예술 공연을 보여주며 사고의 틀을 넓혀주기 위함이다. 박인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음악회를 열고,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보러가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전교생이 6명 뿐이라는 전남 완도 노화읍 넙도중학교에서 온 강예슬 양(14세)는 "서울에 이렇게 공부하러 온 적은 처음"이라며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별로 없는데, 이곳에 오니 친구들이 많아 재미있고 배울 점도 많다"고 말했다.

구례여중에서 온 곽예림 양(14)도 "처음에는 집 생각이 많이 났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다"며 "모르는 친구들이랑 같이 수업을 듣고 게임을 하는 게 재미있다. 2학기 수업 내용도 많이 배워서 좋다"고 전했다.

전남 도서지역 중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 달 29일 시작된 드림클래스 여름캠프는 이달 17일까지 155시간 동안 서울대 강당과 기숙사 일부를 빌려 진행된다. 여름캠프는 서울로의 접근이 어려운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여름캠프를 총괄하고 있는 삼성사회봉사단의 이지현 과장은 "어린 학생들이 집을 떠나와서 잘 따라올까 걱정이 있었지만 언니, 오빠 선생님들과 금새 친해지고 여러 곳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3주 동안 중학생들의 일일 교사로 나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부의 김현지 양(20)은 "공부는 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며 "요즘 아이들이 순수하지 않다고 해서 걱정을 했지만, 첫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의 표정과 눈빛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캠프를 시작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 동안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교 입시를 위해서는 중학교 3학년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대상은 중학생으로 한정할 방침이다.

학기 중에는 '방과 후 학습'으로(주중, 주말 따로 운영), 방학 기간에는 '캠프'를 통해 저소득층, 도서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연간 300억원이 투자되는 드림클래스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교육 혜택을 누리는 중학생이 총 1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