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양국 간 문제'라며 거리를 둔 반면 미국 언론은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이 일본과 영토 분쟁 중심에 있는 섬을 방문했다'는 제목의 일본 도쿄발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하는 등 동아시아의 두 이웃 국가의 관계가 더 껄끄러워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수십년간 양국 긴장의 초점이었던 이 섬이 한국에서는 '독도'로, 일본에서는 '다케시마'로 불린다며 한국이 점유하고 있으나 일본이 최근 나온 방위백서 등을 통해 자기 영토라고 자주 주장한다고 소개했다.

동해는 '일본해(동해)'로 표기했다.

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대통령이 독도를 찾은 데 대해 서울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며 친형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 등으로 점점 떨어지는 지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WP는 이번 방문으로 한국 국민의 반발로 취소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약 등의 협상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국민은 35년간의 식민 지배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아직도 갖고 있으며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한국 여성을 성 노예(sex slaves)로 삼은 점을 사과하라고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서울발 뉴스로 이 소식을 다루면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 간 외교적인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이 대통령의 갑작스런 독도 방문으로 오랜 적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숙적인 한국과 일본의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수백만의 양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런던에서 동메달을 놓고 다툰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의 방문 의도를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질적 지배를 강조하려는 것이라면서 여러 부패 추문과 '친일(pro-Japanese)'이라는 지적 속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높일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발 보도에서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으나 5년 임기를 7개월 앞둔 이 시점까지 이 부분에서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일본이 방위백서 등을 통해 독도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자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SJ는 독도의 크기가 도시 두세 블록에 불과하고 경제적 가치도 거의 없지만, 정치인들이 종종 국민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영토 분쟁을 부채질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 활동가들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에 독도의 소유권을 널리 알리는 광고를 한 사실과 독도 문제가 남북 간 몇 안 되는 공동 관심사라는 점도 소개했다.

한편, NYT와 WSJ는 기사에서 독도를 '한국과 일본의 중간 지점에 있는 섬'으로 표기하고 '동해'나 '일본해'라는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