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의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템플턴자산운용이 벌이는 지분 매입 경쟁이 남일 같지 않은 상장사 최대주주들이 있다. 2대 주주가 야금야금 지분을 매입해 어느새 턱밑까지 좇아온 기업의 오너들이 바로 그들이다.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히면서도 계속 지분을 늘린 2대 주주들이 언제 ‘경영권 참여’로 보유 목적을 바꿀지 최대주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미원상사 최대주주인 태광정밀화학은 최근 동남합성 지분을 29.6%까지 늘렸다. 이지희 동남합성 대표 일가의 지분 33.1%와의 격차가 3.5%포인트에 불과하다.
태광정밀화학이 처음 동남합성의 ‘5% 이상 주요주주’로 등장한 것은 2003년 1월이다. 10여년간 지분을 조금씩 늘리면서 지분 보유 목적을 줄곧 단순투자로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전격 경영참여를 선언하고 지난달 사내이사 2명을 입성시켰다.
용접재료 제조업체인 고려용접봉은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원강업 지분을 24.6%로 확대했다. 최대주주인 허재철 대원강업 회장 일가(37.2%)와 다소 격차가 있지만 고려용접봉이 지분을 늘릴 때마다 허 회장 일가도 경쟁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구백화점과 넥스트리밍도 2대 주주의 부상이 반갑지 않다.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소유주인 CNH는 최근 1주일 사이 대구백화점 지분을 12%까지, 솔본은 넥스트리밍 지분을 17.7%까지 늘렸다.
두 회사 모두 단순투자임을 밝혔지만 2대 주주들을 따돌리기 위해 대구백화점과 넥스트리밍도 보유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CNH와 솔본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예상했다.
‘슈퍼개미’ 한세희 씨는 노골적으로 경영참여를 투자 목적으로 밝히는 사례다. 한씨는 2년째 하이트론씨스템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3일 지분을 19.1%로 높인 한씨는 이사 자리를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2대 주주와 3대 주주가 합세해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2대 주주 이호찬 씨(12.6%)와 3대주주 안희태 씨(9.9%)는 9년째 일동제약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각자 보유한 지분으로는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27.9%)에 미치지 못하지만 3월 회사 측이 정관 변경을 시도하자 연합해 무산시키기도 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