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을 안겨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36년 만에 다시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8일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에서 블로킹 4개를 곁들여 28득점을 올린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에 세트스코어 3-1(18-25, 25-21, 25-20, 25-18)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이탈리아를 꺾은 것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전 이후 8년 만이다.

한국은 세계 랭킹 15위이고 이탈리아는 랭킹 4위의 강팀이다. 당초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즐비한 강호들과 편성된 탓에 ‘메달 전망’은 어둡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들을 더욱 독려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자비 600여만원을 들여 금반지를 제작해 선수들과 나눠 끼었다. 오륜마크가 선명하게 박힌 금반지를 끼고 올림픽 본선에서 파란을 일으키자는 각오였다. 이후 선수들은 올림픽 예선에서 2004년 이후 8년간 22연패를 당했던 일본을 제압했고 이번 조별리그에서는 세계 2위 브라질을 꺾었다. 세르비아에는 7전 전패를 당하다 처음으로 이기면서 ‘죽음의 조’ B조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4강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24·흥국생명)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팀 공격의 40.7%를 책임지며 이탈리아 격침의 선봉에 섰다. 터키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은 올해 유럽배구연맹 최우수선수상(MVP)과 최다득점상을 독식했다.

‘얼짱’으로 통하는 황연주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꽃사슴’으로 불리며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여자 배구팀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한국은 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준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미국과 맞붙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