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 내수를 살리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제2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꺼낸 얘기다. 이날 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국적 크루즈선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에도 규제 완화를 강행했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때문에 재정부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독을 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관광내수 활성화에 총력

지금까지는 외국인 수송 실적이 문화부 장관이 정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카지노 설치가 가능했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 조건을 아예 삭제했다. 문화부는 그동안 내국인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 기준을 뺄 수 없다고 버텼다. 반면 재정부는 국내 선사들이 홍콩, 일본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제주도 등에 외국인 관광객을 보다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카지노를 설립할 수 있는 크루즈선의 크기를 종전 1만에서 2만급 이상으로 조정하되 외국인 수송 실적 요건은 없애기로 했다. 내달까지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일정까지 못박고 더 이상 재론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 한류 열풍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을 보다 많이 끌어들일 수 있도록 비자발급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의사나 대학강사 등 중산층과 우리나라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2회 이상 방문한 사람에 한해 3년간 유효한 복수비자를 발급했지만 1회 개별 방문자에게도 1년 유효 복수비자를 내주기로 했다. 의료관광객에게는 비자발급 기간을 종전 최장 6일에서 이틀로 단축하고 전용 출입국 심사 부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설비투자펀드 3조원 조성

이날 회의에서는 베이비부머들이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모기지(주택연금) 활성화 방안도 논의했다. 역모기지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일정 기간 또는 평생 연금 형태로 대출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정부는 민간 금융회사가 팔고 있는 역모기지 상품에도 재산세 25% 감면과 국민주택채권 매입 의무 면제 등 주택금융공사에 주고 있는 것과 똑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시중은행들도 상품 개발에 뛰어들어 민간 주택연금 시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재정부 관계자는 “주택연금 활성화는 가계부채 압력을 완화하고, 노후층의 소비 여력을 확충시켜 내수 진작 효과를 볼 수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리츠에 대한 세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취득세 감면(30%)을 연장하고 등록 면허세에 대한 중과 배제 혜택이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 말로 끝나는 일몰을 연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 외국인의 대규모 복합리조트 투자 촉진을 위해 사전심사제를 도입하고 중소기업을 위해 3조원 규모로 설비투자펀드를 만들어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박 장관은 회의를 마치면서 “현재 논의 중인 모든 과제는 법 개정 사항을 제외하고는 이달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 달라”고 말했다. 특히 “경제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수시장을 살릴 수 있는 신규 과제 발굴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