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벤치멤버 김정남 프로축구연맹 부회장

"그땐 정보도 준비도 의지도 부족했었다. 0-4로 지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그렇지만 그 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사상 처음으로 축구에서 올림픽 메달을 딸 기회가 왔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브라질과 맞섰던 김정남 한국프로축구연맹 부회장(69·사진)의 말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4강전 상대인 브라질은 한국과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 번 맞붙었던 적이 있다.

당시 21세로 올림픽에 참가했던 김 부회장은 한국 대표팀이 10월14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브라질과의 2차전에서 0-4로 무너질 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가슴을 쳐야 했다.

한국은 당시 사상 두 번째로 올림픽 축구 본선 무대를 밟았다는 기쁨을 안고 일본으로 향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20골을 내주는 처참한 결과를 내고 말았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0-4로 진 것을 포함해 체코슬로바키아에는 1-6으로 깨졌고 아랍 연합 공화국(이집트)에는 무려 10골을 내주며 0-10으로 패하고 말았다.

김 부회장은 당시 브라질전을 제외한 두 경기에선 선발 출장했었다. 무작정 부딪친 세계의 벽은 높았다.

48년 전이었던 그때에는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웠다. 경기 동영상을 구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 직접 상대의 경기를 참관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를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김 부회장은 당시 브라질전을 회상하며 "벤치에 앉아 한국이 무참하게 깨지는 것을 보면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사무치게 깨달았다. 당시 올림픽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브라질이 아주 강한 것도 아니었는데 우리가 너무 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과 같은 강팀을 꺾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며 지레 포기해버렸던 점을 크나큰 패인으로 꼽았다.

김 부회장은 "그땐 정말 괴로웠지만 그런 뼈아픈 경험들이 한국 축구의 자산이 됐다"며 "지금 한국은 같은 나라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크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4강행을 확정한 후배들에게 "한국 축구를 국제무대의 중심으로 올려놨다"며 감사를 전했다. "지금까지 정말 잘한 만큼 해온 대로만 한다면 브라질을 넘을 수 있다"며 응원도 잊지 않았다.

이어 "아시아 국가 중 올림픽 축구에서 메달을 딴 나라는 일본(1968년 동메달)밖에 없다"면서 "이번 올림픽 4강에 아시아 국가가 2개(한국·일본)나 포함됐다. 아시아가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라선 것"이라고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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