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금융지주…은행 의존 심화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은행 중심의 사업구조가 점점 더 굳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진 지난해 이후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무늬만 금융지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우리, 하나금융 등은 은행의 순이익이 해당 지주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중 지주 순이익에서 우리 광주 경남 등 3개 계열 은행이 차지한 비중이 92.1%(8635억원)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매수 차익을 제외한 상반기 지주 전체 순이익(9180억원)의 94.7%인 8695억원이 은행에서 나왔다. 금융지주 가운데 사업 다각화가 가장 잘 돼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신한금융지주는 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2009년 40%에서 올 상반기 63%로 높아졌다. KB금융지주도 상반기 중 이 비중이 84.9%로 지난해보다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전반적인 지주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데다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사업이 부진했던 결과다. 최근 들어 증권사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데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카드사 영업이익도 감소하는 추세여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않으면 은행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지주 은행의존 심화

자산 규모면에서도 은행이 지주에서 갖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우리금융은 6월 말 기준 우리 등 3개 은행의 자산이 지주 전체 자산(405조5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5%에 달했다. 2008년 말 은행 자산 비중이 93.0%에 달했던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76.2%까지 떨어졌으나 올 들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다시 82.8%로 높아졌다. KB금융은 지난해 초 KB국민카드의 분사로 은행 자산 비중이 다소 떨어졌으나 여전히 7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금융지주회사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위험을 적절히 분산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수·합병(M&A) 시장이 침체된 점도 은행 중심의 사업구조가 고착화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서 실장은 “카드업계에서 LG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