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한 역도의 전설 장미란 '아름다운 퇴장'
장미란(29·고양시청·사진)은 마지막 시도에서 역기를 떨어뜨리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이내 미소로 바뀌었다. 스스로에게 잘 싸웠다고 말하는 듯한 미소와 함께 관중석에 절을 했다. 그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회상하듯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동고동락했던 바벨에 손키스를 건넸다. 이어 관중들에게 두 손을 흔들며 그는 경기장을 내려왔다.

“저를 응원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켰을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6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역도 75㎏ 이상급에서 장미란은 인상 125㎏, 용상 164㎏을 들어올리며 합계 289㎏으로 4위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후 장미란은 “국민들께서 부족한 제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셨기에 그동안 큰일을 해낼 수 있었다”며 비로소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다녔던 그는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부상에 대한 질문에도 항상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지만, 사실 그의 부상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잔부상에다 2010년엔 교통사고까지 당해 후유증에 시달렸다. 어깨부상은 손을 위로 들어올리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고 허리도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장미란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성적뿐 아니라 항상 역도 발전을 생각했고 후배들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몸관리가 필요했던 2009년 국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언제 또 국내에서 열리게 될지 모르는 대회인데 역도 붐을 위해 출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장미란은 이 대회도 제패했지만 역도인들 사이에서는 ‘오버페이스’ 아니냐는 염려가 새어나왔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 1월에는 타고 있던 승용차를 뒤의 승합차가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장미란은 사고 사실을 숨겼다. “뉴스가 나가면 사고내신 분이 더욱 미안해할 것”이란 이유였다. 사고 후유증에도 11월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자신의 성적도 중요했지만 한국 역도 대표팀의 런던올림픽 쿼터 확보를 위해 이를 꽉 물었다. 부상을 달고 계속 출전을 강행하면서 장미란의 몸상태는 악화됐고 결국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실패했다.

경기가 끝난 후 장미란이 경기장에서 남긴 마지막 당부는 “역도와 비인기 종목을 계속 사랑해달라”는 것이었다. 은퇴에 대한 질문에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그동안 장미란 없는 한국 역도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장미란은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편하게 쉬는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남기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관중들은 박수로 진정한 챔피언을 위로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