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소재의 사극코미디 두 편 ‘나는 왕이로소이다’(사진)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8일 나란히 개봉해 흥행 경쟁에 들어간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NEW가 메인투자배급사로 총제작비 70억원과 85억원을 각각 투입한 두 영화는 서양 고전 소설 ‘왕자와 거지’와 영화 ‘오션스일레븐’의 조선시대 버전이다.

영화는 익숙한 이야기 틀에 색다른 상황을 넣어 웃음을 이끌어낸다. 에로물이나 권력 암투를 다룬 정극이 중심인 사극 영화에서 이 같은 소재와 이야기는 처음이다. 폭력과 욕설을 줄여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도록 한국형 가족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코미디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 등을 연출한 장규성 감독의 신작. 태종이 세자로 책봉한 셋째 아들 충녕은 그 자리가 부담스러워 고심 끝에 궁을 탈출한다. 때마침 그와 빼닮은 노비 덕칠이 궁으로 끌려온 주인 아씨를 찾아 배회하다 충녕 자리를 대신하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왕세자와 거지의 신분이 뒤바뀐 것처럼 고정관념을 뒤집는 캐릭터들이 웃음거리다. 태종은 버르장머리 없는 아들 양녕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린다. 황희 정승은 부잣집에서 쌀을 훔친다. 돈을 내고 채용된 호위무사의 무술실력은 형편없다. 부조리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는 것이다.

세자 자리에 앉은 덕칠을 향해 육탄공세를 펼치는 세자빈(이미도)도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도도한 세자빈이 땟국물로 가득한 덕칠의 욕탕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신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김주호 감독의 데뷔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겨울철에 한강의 얼음을 잘라내 서빙고에 보관했던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얼음 탈취극이다. 우의정의 서자 덕무(차태현)는 아버지를 모함해 ‘금보다 귀한’ 얼음독점권을 차지한 좌의정 조명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규합한다.

조명수에게 파직당한 무사 동수(오지호), 한양 최고의 돈줄 수균(성동일),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변장술의 달인 재중(송종호), 총알 배송 마차꾼 철주(김길동), 동수의 여동생 수련(민효린)과 재주꾼 정군(천보근), 유언비어의 원조 난이(김향기) 등을 끌어들여 3만정의 얼음을 훔치는 작전에 나선다. 토굴을 파고 폭탄을 터뜨려 얼음을 물길에 실어 운반하는 과학적인(?) 탈취 작전이 볼거리다.

NEW 관계자는 “사극이란 틀에서는 다이아몬드 대신 얼음을 훔치는 이야기가 가능하다”며 “현대극에서는 찾기 어려운 색다른 웃음과 볼거리를 준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