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 막자"…새누리 경선, 6일부터 정상화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5일 ‘4·11총선 공천 헌금’ 파문 수습책을 놓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김문수 김태호 박근혜 안상수 임태희 후보와 황우여 대표,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6일 부터 경선 일정을 정상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비박근혜계 주자들이 지난 3일 황우여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함에 따라 파국으로 치닫던 경선은 3일 만에 정상궤도로 돌아가게 됐다.

다만 총선 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던 박 후보 책임론을 놓고 박 후보와 비박계 후보들의 입장 차가 여전해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극적 합의 배경은

경선 후보들이 합의한 내용은 공천 헌금 수수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검찰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황 대표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조사 범위는 현영희 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회의 전까지만 해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비박계 후보들은 황 대표의 무조건적인 사퇴가 없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박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박 후보와 당 지도부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황 대표 제안으로 열리게 된 긴급 연석회의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게 된 것은 김 위원장이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경선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와서 해야 한다”고 요청하면서부터다. 여기에 황 대표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비박 주자들은 당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경선 불참을 고수한다면 파국의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질 수 있다. 박 후보 측이 경선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도 비박 주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갈등 불씨 남아 있어

후보들이 일단 경선 일정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공천 헌금 의혹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당장 임 후보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도 연설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기했던 문제들을 지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는 연석회의에서 “공천위는 독립적으로 공천을 실시했다”며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책임질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임 후보가 전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박 후보 캠프 대변인은 “박 후보가 ‘책임질 일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는 “비박주자들의 후보 사퇴 요구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박 후보와 비박 후보들의 인식차가 여전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황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박 후보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 주자들이 박 후보 사퇴를 거세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당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