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가 백색가전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스타 CEO(최고경영자)’의 한 사람인 윤부근 사장이 삼성 생활가전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부터다. 1차전이 300만원대의 900ℓ급 프리미엄 냉장고였다면, 2차전은 김치냉장고가 될 전망이다. 또 세탁기와 에어컨에서도 3, 4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겉으론 “누가 더 큰 제품을 내놓느냐”는 용량 경쟁이지만, 이면에는 기술력 싸움이 자리잡고 있다.

◆LG, 수익성 1위 이어 덩치 키우기

삼성과 LG의 최근 백색가전 전쟁은 삼성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가정용 냉장고로 세계 최대인 901ℓ짜리 ‘T9000’을 내놓은 것이 양측 간 싸움의 기폭제가 됐다. 삼성에 기선을 제압당한 LG전자는 이달 중순부터 910ℓ짜리 냉장고로 맞설 예정이다.

양문형 냉장고를 한 발 늦게 출시한 LG는 김치냉장고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용 가전인 김치냉장고에선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펼쳤지만, 앞으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공격적 영업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김치냉장고 제품으로는 최대인 550ℓ급 신제품을 이달 하순께 내놓을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김치냉장고도 다른 가전제품처럼 수익성을 올리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점유율 확대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외형 확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하반기 글로벌 확대 경영회의’에서 “수익성을 확보한 분야에서는 매출 증대에도 힘쓰자”며 ‘건전한 매출론’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구 부회장은 “‘매출 중심의 볼륨게임’ 대신 수익성 중심의 ‘밸류게임’을 하자”고 독려해 왔다.

수익성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외형 확대로 선회한 요인이 됐다. 세탁기와 냉장고 부문을 맡은 LG전자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4분기 2.4%에 그쳤지만 지난 1분기 6.0%, 2분기 5.7%로 올라가면서 GE, 일렉트로룩스 등 세계적인 업체들을 능가하고 있다. LG전자 직원들은 “단기간 내 생활가전의 수익성이 올라간 배경에는 백색가전에 대한 LG의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 ‘윤부근 표’로 정상 목표

삼성은 생활가전 사업의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휴대폰과 TV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등도 돈이 된다는 의미의 ‘가전(加錢)사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작년 말부터 삼성 생활가전사업을 이끌고 있는 윤 사장이 있다. 삼성 TV를 6년 연속 세계 1위로 만든 것처럼 생활가전에도 1등 DNA를 심는 게 그의 목표다.

지난달 1번 타자로 901ℓ 양문형 냉장고를 내세운 데 이어 김치냉장고에서도 정면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삼성은 최대 용량의 김치냉장고를 출시해 LG는 물론 위니아만도를 제치고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차기 ‘윤부근 표’ 가전은 세탁기가 될 전망이다. LG에 뒤져 있는 세탁기 분야에서 역전을 통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는 삼성이 유아 전용 제품인 ‘아가사랑 세탁기’로 빅히트를 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생활가전 사업에서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순으로 힘을 쏟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