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도, 프랑스의 펜싱 등 한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인 국기(國技)의 종주국들이 런던 올림픽에서 저조한 성적으로 잇따라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종주국이라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기술 조류의 변화를 놓쳤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술 평준화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4일(현지시간) 1964년 유도가 정식 종목이 된 뒤 일본 남자유도가 첫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남자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7개 체급에 출전해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따는 데 그쳤다. 여자유도에서 금메달 1개를 건졌을 뿐이다. 당초 일본은 유도에서 최소 4개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자신했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유도왕국 일본의 해가 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선수단은 유도에서의 부진으로 전체 목표 성적을 하향 조정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대회 전 15개 금을 목표로 했던 일본은 목표 숫자를 금 9개로 내려잡았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일본유도연맹의 요시무라 가즈오(吉村和郞) 위원장은 사임했다.

일본 유도의 몰락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려한 기술보다는 힘과 변칙기술로 점수를 따는 전략이 ‘대세’가 됐지만 여전히 한판승 등 정통 기술에만 집착하는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화려한 기술에 대한 고집이 일본 유도의 위치를 잃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국기인 펜싱에서 지금까지 메달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프랑스가 따낸 메달 641개 가운데 펜싱에서 나온 메달은 총 115개다.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1972년 몬트리올 대회에서도 은 1개, 동 2개를 땄다. 이번 대회의 성적은 프랑스 펜싱 사상 최악인 셈이다.

프랑스의 부진은 기술 평준화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