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소주 '처음처럼' 눌렀다
부산·경남·울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주류업체 무학이 롯데주류를 제치고 처음으로 소주시장 2위에 올랐다.

3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소주 ‘좋은데이’를 앞세운 무학은 지난 5월 소주시장 점유율 13.6%(출고량 기준)로, ‘처음처럼’의 롯데주류(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부문·13.1%)를 0.5%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하이트진로(48.8%)에 이은 2위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무학은 주류시장 정체 속에서 ‘나홀로’ 성장을 지속해왔다. 무학은 2007년만 해도 소주시장 점유율 7.9%로 전국 5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3위(12.3%)로 올라선 데 이어 롯데주류까지 제치며 주류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롯데주류의 점유율은 2007년 11.1%에서 지난해 15.6%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올해 2월(18.2%)을 정점으로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이에 대해 “3월부터 두 달 가량 강릉공장 개보수 작업을 진행하면서 재고관리를 하다 보니 생산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무학소주 '처음처럼' 눌렀다

16.9도 '좋은데이' 부산·경남서 독주 … "수도권 시장도 노크"

무학이 롯데주류를 추월한 데 대해 업계에선 부산에서 대선주조를 제치고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11월 출시한 알코올 도수 16.9도의 저도 소주 ‘좋은데이’가 큰 인기를 끈 덕분이란 분석이다. 국내시장에서 17도 미만의 저도 소주 점유율은 2009년까지만 해도 1.7%에 그쳤지만, 올해 1~3월엔 10.4%까지 높아졌다. 무학은 ‘좋은데이’로 저도주 시장을 선점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은 원래 ‘시원소주’로 유명한 대선주조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5년 전부터 시작된 ‘부산 소주전쟁’에서 좋은데이(사진)를 앞세운 무학이 승리하며 점유율을 높여왔다. 대선주조가 작년 6월 ‘즐거워예’를 출시하면서 맞불을 놨지만 좋은데이 열풍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현재 무학의 부산·경남지역 시장점유율은 약 75%에 이른다.

이종수 무학 영업총괄 상무는 “저도 소주를 선호하는 젊은층의 트렌드를 빨리 파악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며 “2010년 푸르밀이 대선주조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먹튀’ 논란이 벌어진 점도 무학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무학은 ‘지방 소주’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수도권에 진출해 ‘전국 소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좋은데이는 2009년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진출했다. 올 상반기 이마트에서 팔린 전체 소주는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했지만, 좋은데이는 25%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대형마트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무학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도권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수도권 진출을 위해 무학은 창원 1공장을 확장했으며, 오는 10월 창원 2공장이 완공되면 월 3000만병을 더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부산·경남에서 일으켰던 돌풍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