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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도 되고 약도 되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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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그렇군요]
    지난달 개봉한 영화 ‘연가시’가 관객 4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는 기생충인 연가시가 사람에게 침투해 뇌를 조종, 사람을 물에 뛰어들게 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연가시는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기생충으로 사마귀 등 곤충의 몸 안에서만 자란다. 성충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때 곤충의 뇌에 특정 신경조절물질을 보내 물에 뛰어들게 만든다.

    그런데 최근 영화 속 얘기처럼 사람의 뇌를 파먹는 기생충이 발견됐다. 지난달 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한 소년이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온 뒤 고열과 두통을 호소하다 목숨을 잃었다. 부검 결과 소년의 몸에선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라는 기생충이 발견됐다. 소년의 사인은 이 기생충으로 인한 ‘아메바감염성 뇌수막염(PAM)’으로 드러났다.

    수심이 얕고 수온이 높은 호수에 사는 이 기생충은 물과 함께 코로 들어간 후 뇌로 침입한다. 기생충이 뇌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감염된 사람은 1~12일 후 급작스럽게 사망한다.

    뇌에 침투하진 않지만 사람의 피하조직으로 들어간 후 양분을 얻는 기생충도 있다. ‘메디나충(Dracunculus medinensis)’이다. 아프리카 물속에 사는 이 기생충은 몸속으로 파고들어 교미까지 한다. 알을 밴 암컷은 발목 쪽으로 내려오는 탓에 환자의 다리는 걷지 못할 정도로 퉁퉁 부어오르며 따가운 수포가 생긴다.

    반면 영화에서 연가시를 이용해 뇌질환 치료제를 만들려 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기생충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생충을 이용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기생충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 시스템이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사람에게 기생하지 않는 기생충의 알을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에게 먹이면 기생충이 배설물로 빠져나올 때까지 환자의 면역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원리다. 지난 1월 미국 뉴저지대 의대 월리암 가우스 교수팀은 쥐에게 십이지장충을 감염시켰더니 면역물질을 만드는 ‘사이토카인’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맞춤형 기생충’을 만들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기생충을 고른 후 유전자를 조작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생충을 만드는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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