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수컷은 뚱뚱할수록 암컷에게 인기다. 영하 60도의 남극 추위를 이겨내는 힘이 좋아서다. 암컷 펭귄은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뚱보 수컷을 차지한다. 암컷은 알을 낳아 수컷에게 준 뒤 기력보충을 위해 바다로 떠난다. 50일간 알을 부화시키는 역할은 아빠 펭귄 몫이다. 알을 두 발등 위에 올려놓고 뱃가죽으로 덮어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실수로 알이 잠시 극한 추위에 노출되면 곧 얼어붙고 만다. 그동안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비축해놓은 영양과 체력을 사용한다. 마침내 알이 부화되고 펭이란 새끼가 탄생한다. 그즈음 엄마 펭귄이 바다에서 돌아와 육아 임무를 맡는다.

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을 재구성한 3D영화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연출 김진만)는 펭귄의 감동적인 부성애를 전달한다. 펭이와 솜이란 새끼들을 낳은 두쌍의 펭귄 부부 이야기다. 이처럼 캐릭터를 내세워 의인화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게 TV다큐멘터리와 다른 점이다.

모델이 된 황제펭귄은 한겨울에도 남극에서 사는 종. 다른 종의 펭귄들은 해류를 따라 보다 따뜻한 북쪽 섬이나 대륙으로 이동한다.

영화는 부성애 외에 친구 간의 뜨거운 우정도 보여준다. ‘먹보’ 펭이와 ‘귀요미’ 솜이는 단짝 친구다. 어느날 먹이를 구하러 간 솜이의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펭이는 솜이를 도와주려고 애쓴다.

펭귄이 사람과 인연을 맺는 장면도 있다. 큰 새에게 쫓기던 새끼 펭귄이 자신을 촬영 중이던 MBC 감독에게 다가와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은 안타까움마저 자아낸다. 생태계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제작진은 새끼 펭귄을 도와줄 수 없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300일간 남극 대륙에 머물면서 3D카메라로 일부를 찍고 나머지는 2D화면을 3D로 전환했다. 남극의 펭귄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지금까지 영국과 프랑스 업체가 만든 두 편뿐이었다. 이 영화도 희소성에 따른 가치가 크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