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정책 이벤트들을 하루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이끌었지만 회의를 코 앞에 두고 정작 내놓을 만한 카드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대형 정책 이벤트들의 결과에 따라 향후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FOMC에서 초과지준금 이자율 인하,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위기국 국채매입(SMP) 시행 등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일 "전날까지 FOMC와 ECB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며 지수 상승을 이끈 뒤 이날은 전형적인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큰 틀에서는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책 회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겹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면서 "그러나 딱히 부정적인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지수는 많이 밀려도 1870선 내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FOMC와 유럽의 ECB 회의를 놓고서 어느 쪽 결과에 더 주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생각도 나뉘고 있다. 다만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서든 충분한 정책 카드가 나와야 할 것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말 고용 등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고 이달 말 벤 버냉키 의장의 잭슨홀 연설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정책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FOMC나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추가 양적완화(QE3)는 이달 말 잭슨홀 연설 때나 그 이후에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ECB 회의에서는 이번에 무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 연구원은 "ECB 회의에 앞서 드라기 ECB 총재가 이례적으로 정책 공조를 촉구하는 발언에까지 나서는 모습 등이 어느 때보다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며 "만약 FOMC가 다소 실망스럽게 끝나더라도 ECB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 분위기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사실상 ECB가 할 수 있는 정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럽의 어떤 정책이든 독일의 협조를 얻지 않고 집행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지난 3년간을 보면 ECB 등 유럽의 정책은 시장의 심리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유럽국가 중 재정이 가장 확실한 독일이 얼마나 지원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매번 걸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독일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막기 위해 유동성 확대를 용인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이라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ECB가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시장의 기대치를 모두충족시키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대는 미국 FOMC에서 나오는 QE3에 대한 '힌트'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주중 FOMC와 ECB 회의가 시장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거나 뛰어넘는 '깜작 카드'를 내놓을 경우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포인트로 '대차잔고'를 꼽았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우선은 ECB의 기준금리 인하와 국채매입(SMP), 연준의 지준부리 인하를 바탕으로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와 미 연준의 3차 양적완화가 도입될 경우 추가적인 상승할 것"이라며 "정책 회의 결과가 예상대로 흘러갈 경우 우선 종목별 대차잔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동성 여건의 개선을 바탕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대차를 통한 공매도부터 청산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