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지난달 27일부터 4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1900선에 다시 근접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경우 코스피지수의 반등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반짝 상승’을 노린 단기 투기성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미국 및 영국계 자금도 상당액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 연초의 외국인에 의한 유동성장세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상승에 베팅하는 외국인

외국인은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94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지난달 27일 이후 4거래일째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1조6431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지수 선물도 4125계약 순매수해 4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코스피지수는 2.06포인트(0.11%) 내린 1879.93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중 1867.28까지 밀렸으나 외국인이 오후 들어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ECB가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며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 시장 양쪽에서 빠른 속도로 순매수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동향에서도 외국인의 ‘베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6일 이후 ‘KODEX레버리지 ETF’(632억원) ‘TIGER레버리지 ETF’(50억원) 등 레버리지 ETF를 대규모로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KODEX인버스’와 ‘TIGER인버스’ 등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인버스 ETF는 순매도했다.

◆유럽계 단기, 영미계 장기 동반 매수

지난달 27일부터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자금 중 상당액은 ECB 정책 효과를 기대한 단기 투기성 자금으로 분석된다. 심상범 대우증권 파생팀장은 “장기 투자 성격의 주식형펀드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린 헤지펀드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ECB가 내놓을 시장 안정 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외국인이 다시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에 근거지를 둔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수했다는 점에서 장기 투자 자금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미국계 자금은 1969억원어치, 영국계 자금은 2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박중섭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영국계 자금은 위기 속에서도 국내 주식을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선물 매수가 지속될지도 중요한 요소다. 심 팀장은 “지난 6~7월 선물을 매도한 외국인은 최근 반등장에서 손실을 입었다”며 “이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선물 환매수를 본격화하면 외국인 현물 매수와 코스피지수 반등이 좀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IT·자동차 업종에 집중

외국인 매수세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 이후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는 과정에서 전기·전자 업종을 1조35억원 순매수했고 운송장비(3740억원)와 화학(1044억원) 등의 업종을 사들였다.

박 선임연구원은 “이번 반등장은 유동성 공급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ECB가 연초 두 차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행했을 때와 성격이 비슷하다”며 “외국인 순매수는 당시와 비슷하게 IT에서 시작돼 점차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승호/안상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