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보러 오셨나봐요. 투자는 역시 세종시가 최곱니다. 전국에서 돈이 몰려들고 있어 사두기만 해도 ‘대박’은 식은 죽 먹기죠.”

1일 오후 기자가 세종시 첫마을 입구를 5분쯤 서성거리자 한 남자가 다가와 호객행위를 벌였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불법 부동산브로커였다. 세종시가 출범한 이후 이들은 도처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주로 외지인들을 상대로 땅과 아파트 미등기 전매를 부추기고 있다.

세종시가 행정도시 기능을 갖추기도 전에 투기세력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충남경찰청의 투기사범 217명 단속결과를 보면 세종시는 전국 투기세력의 집결지인 듯하다. 전국에서 몰려든 투기사범들은 미등기 전매 등의 수법으로 1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투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지난 2월 발족한 ‘부동산 투기방지대책본부’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 행정도시건설청은 지난 2월 국세청과 세종시(당시 연기군) 등 15개 기관과 공동으로 ‘부동산 투기방지대책본부’를 발족했다.

행정도시건설청은 7월 세종시 출범을 앞두고 대책본부를 투기수사반, 투기조사반, 투기단속반, 시장조사반 등으로 나눠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불법 사실이 밝혀지면 형사고발에 처하고, 최대 10년 동안 청약 자격을 제한하겠다”며 “투기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호언장담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관련 기관들은 정보교환을 이유로 가끔 모여 회의를 가졌을 뿐, 투기행위를 경고하거나 합동단속을 벌인 적은 거의 없다. 요즘 같은 땐 세종시가 투기세력에는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침체를 겪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지난 6월 세종시 땅값은 전달보다 0.56% 올라 전국 최고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26일에 열린 상업용지 경쟁입찰에선 일부 용지가 예정가 대비 두 배에 낙찰되는 등 과열양상을 빚기도 했다.

투기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고 투기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다. 내달이면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중앙부처 이전이 시작된다. 세종시가 ‘한탕 도시’라는 불명예를 얻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부동산투기방지대책본부가 이름에 걸맞게 적극적인 투기단속 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임호범 세종/지식사회부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