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4개월간 끌어온 HSBC 서울지점 인수 작업을 중단했다.

산은은 HSBC의 서울 11개 지점을 인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직원 고용승계 조건 등에 대한 상호 입장 차이로 협상을 중단키로 합의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산은은 지난 4월 HSBC 측과 서울 11개 지점을 ‘자산 및 부채 인수(P&A) 방식’으로 인수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SBC 서울지점의 자산가치는 2500억~3000억원으로, 부채 규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인수대금은 사실상 ‘0’원에 가까울 것으로 산은은 예상했다.

하지만 인수 방식을 결정지은 후 정규직 및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논의하면서 인수 작업은 꼬이기 시작했다.

산은은 당초 250명 안팎인 HSBC 서울지점 직원 중 산은의 현 직급 및 급여 체계를 수용하는 150~170여명을 선별 채용하기로 했으나, HSBC 직원들은 기존보다 적은 연봉과 낮은 직급 등의 고용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산은의 고용승계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부 직원들이 이탈해 더 이상 인수 협상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산은이 굳이 무리하게 오프라인 점포 인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산은이 무점포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인 ‘KDB다이렉트’로 3조1000억원의 예수금을 끌어모으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다 연내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