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선물 0.001%·옵션 0.01%)를 도입키로 합의한 데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물 주식시장과 달리 파생상품시장은 빈번한 매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거래세를 도입하면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거래세 도입으로 파생상품시장뿐 아니라 현물시장 거래까지 감소하면 결국 정부가 의도하는 세수 증대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현물 주식거래에 대해서 거래세를 매기고 있기 때문에 파생상품에도 거래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정치권과 정부의 기본 생각인데, 이는 파생상품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물시장에서는 주식을 한 번 매수한 뒤 얼마든지 장기 보유했다가 차익을 남기고 팔 수 있지만 파생상품은 회전율이 현물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이런 시장에 거래세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결국 시장을 죽이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대형증권사 대표는 “대만은 1998년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한 이후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갔다”며 “이후 세율을 0.05%에서 0.004%로 낮췄지만 싱가포르 등으로 이미 이탈된 자금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이 현물시장의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영업담당 임원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국내 시장에서 지수선물과 현물주식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하는데 파생상품 거래세가 도입되면 차익거래가 위축되고 이는 결국 현물시장 거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차익거래와 연관된 현물 프로그램 매매 물량은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량의 5~9%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국가는 대만이 유일하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은 파생상품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