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기요금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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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경제부 기자 mwise@hankyung.com
“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등 스포츠 시설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을 검토해달라.”(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거래소 등 지경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19곳의 업무보고가 진행된 이날, 의원들은 전기요금을 낮춰달라는 다양한 민원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체육시설이 굉장히 많다”며 “서민들이 이용하는 일반 대중 스포츠 시설에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뿐 아니었다. 박완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전통시장의 전기요금을 일반용에서 산업용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한전의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반용으로 분류되는 전통시장 전기요금을 20% 정도 싼 산업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례에 따라 전통시장은 5.9% 할인한 전기요금을 적용받고 있지만, 이 혜택을 더 키워달라는 요구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도 “일반용으로 적용되는 학교 밖에 있는 기숙사에 대해서도 저렴한 교육용 전기요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물가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공기업인 한전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전기는 공공재”라는 설명을 붙이는 의원도 있었다. 서민의 복지를 챙기는 게 의원들의 역할이란 점에서 일견 그럴 듯 하지만, 한전의 상황을 감안하면 달콤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한전의 올 상반기 적자는 2조8960억원에 달한다. 원자재값 상승, 석탄·원자력 발전소 고장 등으로 전력 구입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2% 늘었기 때문이다. 누적적자는 10조원에 육박한다. 한전이 두 차례나 10% 이상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한 배경이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계속되는 의원들의 요구에 “원칙에 따라 검토를 해보겠다”면서도 “전기요금 인하는 쿠폰제 등 세제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는 필요하다. 경제위기 등 어려운 상황일수록 그렇다. 하지만 스포츠시설까지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들으면서 과연 무엇이 더 시급한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거래소 등 지경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19곳의 업무보고가 진행된 이날, 의원들은 전기요금을 낮춰달라는 다양한 민원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체육시설이 굉장히 많다”며 “서민들이 이용하는 일반 대중 스포츠 시설에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뿐 아니었다. 박완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전통시장의 전기요금을 일반용에서 산업용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한전의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반용으로 분류되는 전통시장 전기요금을 20% 정도 싼 산업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례에 따라 전통시장은 5.9% 할인한 전기요금을 적용받고 있지만, 이 혜택을 더 키워달라는 요구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도 “일반용으로 적용되는 학교 밖에 있는 기숙사에 대해서도 저렴한 교육용 전기요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물가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공기업인 한전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전기는 공공재”라는 설명을 붙이는 의원도 있었다. 서민의 복지를 챙기는 게 의원들의 역할이란 점에서 일견 그럴 듯 하지만, 한전의 상황을 감안하면 달콤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한전의 올 상반기 적자는 2조8960억원에 달한다. 원자재값 상승, 석탄·원자력 발전소 고장 등으로 전력 구입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2% 늘었기 때문이다. 누적적자는 10조원에 육박한다. 한전이 두 차례나 10% 이상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한 배경이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계속되는 의원들의 요구에 “원칙에 따라 검토를 해보겠다”면서도 “전기요금 인하는 쿠폰제 등 세제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는 필요하다. 경제위기 등 어려운 상황일수록 그렇다. 하지만 스포츠시설까지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들으면서 과연 무엇이 더 시급한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