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횟집의 고기들이 실감나는 영상으로 구현됐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지난 26일 개봉한 이대희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사진)에 누리꾼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파닥파닥’은 바닷가 횟집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통해 인간 세상을 설득력 있게 풍자한 작품. 자유를 향한 고등어의 처절한 몸부림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는 구성도 짜임새 있다.

바다에 살던 고등어가 어느 날 그물에 걸려 횟집 수족관에 들어간다. 고등어는 수족관에서 탈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유리벽으로 돌진한다. 이런 행동이 수족관의 제왕 넙치에게는 눈엣가시와 같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다른 물고기들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고등어와 넙치 간의 갈등은 점점 커진다.

수족관 속 세상은 인간 세상와 비슷하다. 바다 출신 고등어의 자유 의지를 양어장 출신 고기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에게 수족관은 양어장과 다를 게 없다. 반면 넙치는 바다 출신이면서도 탈출을 포기한 채 수족관에서 지배권을 추구하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다.

바다를 경험한 고등어와 넙치가 수족관을 지배하는 상황은 더 많이 아는 자가 위에 서는 인간 세상과 비슷하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쓸모가 없어진 동료 물고기를 먹고, 수족관 안 권력 앞에서 철저히 자신의 의지를 죽여야 하는 모습도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

물고기들도 여러 가지 유형이다. 대장 넙치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신의 안위를 도모하는 2인자 아나고, 고등어를 보면서 바다를 동경하게 되는 놀래미, 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 줄돔, 수족관 안에서 행복을 찾는 도미와 농어….

사람들의 식욕은 위협적이고 이기적으로 묘사된다. 눈을 껌벅거리는 생선 회의 입에 담배를 물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2D(2차원) 평면 그림이 대부분인 국내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2D와 3D를 결합한 감도 높은 그림이 돋보인다.

이 감독은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직진하는 습성의 고등어가 수족관 유리벽에 부딪쳐 코가 깨져 죽는 것을 보고 주인공 삼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