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고양이와 쥐의 게임 같다. 대상을 적발할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면 어느새 새로운 물질과 방법을 찾아낸다.”(다니엘 아이슈너 스포츠의학연구소 수석 연구원)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과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을 적발하기 위한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치열하다.

◆금지약물 복용 끝까지 추적

런던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엄격한 도핑테스트를 실시한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WADA는 올림픽을 앞두고 6개월 동안 7만1649건의 테스트를 실시해 지난 19일까지 금지약물을 복용한 107명의 선수를 적발했다.

런던 인근 할로우에 있는 반도핑연구소에서는 1000명의 연구진이 런던올림픽이 진행될 17일 동안 6250건의 혈액 및 소변 샘플을 검사할 예정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4770건,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3600건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아테네에선 26건이 적발됐고 최근 5건이 추가로 걸렸다. 베이징에선 14건이 적발됐다.

모든 종목에서 1~5등을 기록한 선수와 무작위로 선택된 2명은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야 한다. 이렇게 채취된 샘플은 8년간 보관한다. 현재는 적발할 수 없지만 금지약물을 적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되면 언제든 다시 검사하겠다는 것이다.

◆신체의 변화로 검색

런던올림픽에선 인간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호르몬과 인공적으로 만든 호르몬을 구별할 수 있는 신기술이 사용된다. 현재 금지된 약물은 스테로이드 등 240개 물질이다. 전에는 검출하지 못했던 인공 인간성장호르몬(HGH), 에리스로포이에틴(EPO), 테스토스테론의 복용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HGH는 몸 안에 단백질의 합성을 촉진시켜 근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HGH를 검출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은 HGH를 복용했을 때 변화가 생길 수 있는 혈액 내 간접 지표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HGH 복용을 적발할 수 있는 기간을 복용 후 3주까지로 늘렸다. 데이비드 호우먼 WADA 사무총장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사이클과 육상, 수영, 철인3종, 근대5종 등 5종목에는 생물학적 여권이 적용된다. 생물학적 여권이란 주요 선수들의 헤모글로빈 수치 등 생물학적 지표를 정보화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의 신체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다음 변화가 생긴 선수에게 반도핑테스트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적혈구를 늘려 산소공급을 증대시킴으로써 지구력을 높여주는 EPO와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근육과 힘을 키우는 테스토스테론도 생물학적 여권을 통해 적발할 수 있게 됐다.

테스토스테론의 탄소 분자 숫자의 비율을 분석해 체내에서 생성된 것인지 합성된 호르몬인지를 구분해 위법사실을 적발하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과 에피테스토스테론의 비율이 바뀌면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육상선수 9명 출전 금지

생물학적 여권방식에 의해 성장 호르몬과 합성 테스토스테론 등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육상선수 9명이 올림픽 개막 하루를 앞두고 출전 금지됐다.

이중에는 지난해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압데라힘 굼리(모로코)가 포함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1500m 동메달리스트 나탈리야 토비아스(우크라이나)와 400m의 안토니아 예프레모바(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혈액 샘플에서 덜미가 잡혔다. 국제육상연맹(IAAF)은 이들에 대해 2년간 자격을 정지하기로 했다.

IAAF는 “2009년부터 약물 사용이 의심스러운 선수들을 추적해 왔다”며 “해당 선수들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약물복용 사례를 더 많이 적발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선수들에게 더 좋은 올림픽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