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중공업은 굴삭기에 장착하는 유압브레이커와 유압드릴, 트럭크레인을 만드는 회사다. 국내와 중국의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동과 러시아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영업이익은 3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가는 그만큼 오르지 못했다. 올해 예상 실적을 고려한 주가수익비율(PER)은 5.4배로 기계업종 평균(10.4배)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증권사 스몰캡(중소형주) 애널리스트들이 하반기 유망종목으로 수산중공업을 꼽는 이유다.

경기침체기에도 견조한 실적 성장이 가능한 것은 매출이 한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분포돼 있는 덕분이다. 중국 매출 비중은 11%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는 32%이며, 그 외에 중동 18%, 아시아 12%, 미주 11%, 유럽 10%, 러시아 6%다. 이는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고전하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경쟁사와 대비된다. 김정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과 러시아에서의 판매 호조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압브레이커의 월평균 판매량은 지난해 580대였으나 올해 1분기 에 685대, 2분기에는 750대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수요는 줄었지만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인프라 투자와 자원개발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매출의 52%를 차지하는 이 장비는 굴삭기 앞에 달아 암반이나 콘크리트를 부수는 데 사용한다. 아파트나 지하철 공사현장, 상하수도·가스관 매설 공사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수산중공업은 유압브레이커 시장에서 국내 1위, 세계 5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 비중 31%를 차지하는 트럭크레인은 더 빠른 속도로 판매가 늘고 있다. 지난해 월 90대에서 올해 1분기 110대, 2분기 130대로 약 20%씩 늘어났다. 대부분 러시아로 수출된다. 트럭 뒤에 장착해 각종 자재와 화물을 운반하거나 트럭에 실을 수 있게 하는 장비다. 수산중공업 관계자는 “러시아에서는 주택건설이 활발하고 2018년 월드컵도 열려 건설기자재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압드릴은 아직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단가가 2억~3억원에 달해 향후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421억원과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7%와 34.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NH농협증권 IBK투자증권의 전망치를 평균한 것이다. 매출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전반적인 판매량 증가로 고정비 부담이 줄었고, 해외 매출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공압기계사업부(유압브레이커, 유압드릴)의 영업이익률은 13.7%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18.1%로 높아졌다. 크레인사업부 영업이익률도 6.8%에서 10.0%로 개선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55.15%로 높은 편이다.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이 심해질 경우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물량이 없어 향후 주식가치가 희석될 우려는 없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