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에 많은 양의 고기를 즐긴다는 미국에서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조만간 ‘고급 메뉴’로 분류될 전망이다. 세계 곡창지대의 극심한 가뭄으로 옥수수 등 사료값이 급등한 탓에 각종 육류 가격이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가뭄에 따른 곡물 흉작과 미국 정부의 옥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 생산 확대 정책 탓에 사료값이 껑충 뛰면서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럭셔리 메뉴 리스트에 포함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돈육업체인 스미스필드푸드의 래리 포프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압박을 가장 강하게 받고 있다”며 “올해 미국에서 육류 가격이 10%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포프 CEO는 이어 “소고기는 이미 먹기엔 너무 비싼 음식이 됐고 돼지고기가 바짝 뒤를 쫓고 있으며 닭고기도 가격 상승 속도가 빠르다”며 “미국인의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이 사라지는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소와 돼지의 주사료인 옥수수 가격이 부셸당 6달러를 넘을 경우 축산·육가공업체의 생존 한계선으로 여겨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9월물 가격은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인 부셸당 8.28달러까지 치솟았다. 한 달 새 40% 이상 가격이 뛴 것이다. 8월물 콩도 같은 날 부셸당 17.78달러까지 올랐다. 2개월 전에는 13달러 선이었다. 스미스필드푸드는 올해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이 에이커당 130부셸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예상한 평균 146부셸보다 낮은 수준이다. 식품업계에선 급한 대로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 등 재생에너지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