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하면 단연 전북 순창이 떠오른다. 순창 고추장은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유명하다. 순창 안정리에 있는 만일사의 비석에는 순창 고추장이 진상품이 된 유래가 적혀 있다. 태조 이성계가 만일사에 기거하던 스승 무학대사를 만나러 왔다가 마을의 한 농가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마땅한 반찬이 있을 리 없었던 가난한 농가에서 반찬으로 내놓은 건 고추장. 후에 궁으로 돌아온 이성계는 이때 먹은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하고 진상토록 했다고 전해진다.


○배산임수의 고추장 마을

전북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안정마을)’은 하늘 아래 매달려 있다고 할 정도로 산골 오지마을이다. 섬진강 최상류에 자리한 순창의 옛 이름인 옥천(玉川)에서 알 수 있듯 맑은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고추장 맛의 비결이 이 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고추장 익는 마을은 안심마을, 산내마을, 죽림마을로 이뤄져 있다. 마을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깃대봉과 천마봉, 회문봉과 장군봉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 앞에는 섬진강 지류인 구림천이 흐른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이른 아침, 동네 산자락 아래 안개가 자욱해지면 구름 위에 사는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고추장 담그기부터 짚풀공예까지

고추장 익는 마을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이 중 고추장 담그기 체험은 마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체험 코스다. 체험 후에는 100g의 숙성된 고추장을 가져갈 수 있다. 체험비는 성인 1만원(어린이 8000원)으로 한 가지 다른 체험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메주 만들기 체험도 추천 코스 중 하나다. 전통 방식의 메주콩 찧기는 전통 도구를 처음 접해보는 어린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거리다. 메주콩을 찧은 뒤 재미있는 모양으로 메주를 빚을 수 있다. 체험비는 5000원.

감자 캐기, 고구마 캐기, 밤 줍기, 매실 따기 등 수확 시기별로 농사 체험 코스도 있다. 고구마는 직접 캔 고구마 2㎏을 가져갈 수 있다. 매실, 밤, 감자 등 농산물은 저렴하게 판매한다. 체험비는 8000원(어린이 5000원)이다.

마을에는 자연 계곡물을 막아 설치한 물놀이장도 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붕어, 꺽지, 다슬기, 미꾸라지 등을 잡아보는 생태체험(체험비 5000원)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직접 잡은 민물고기에 수제비를 얹어 먹는 매운탕은 군침을 절로 돌게 한다.

계란꾸러미, 짚신, 생활도구 등을 만드는 짚풀공예도 색다른 경험이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잊혀져가는 농촌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닭이 금방 낳은 계란을 꺼내 짚풀꾸러미를 만드는 경험은 특별하다.

이외에도 △쑥개떡 만들기 △찹쌀 인절미 만들기 △유기농 상추 따기 체험 △우리 콩 순두부 만들기 △동물농장 체험 △숲해설 듣기 △나무목걸이 만들기 등 10가지가 넘는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산과 강이 만들어낸 장관

고추장 익는 마을은 주변 볼거리도 풍성하다. 대표적인 곳은 강천산 군립공원이다. 강천산은 백두대간 호남정맥에 속한 산이다. 강천산에서 시작된 능선은 강천계곡까지 기암괴석, 암릉 등으로 이뤄져 빼어난 산세와 경관을 자랑한다. 병풍바위-강천산-서릉-남릉-북문-산성산-적우제골-강천사에 이르는 산행 코스를 추천한다.

순창에서 약 6㎞ 떨어진 향가리유원지도 명소다. 향가리는 옛부터 경치가 아름다워 시인 묵개와 천하 풍류 한량들이 뱃놀이 장소로 즐겨 찾았고 각처에서 기생들이 모여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지명도 향기 향(香)에 아름다울 가(歌)로 정해졌다는 것. 향가리유원지로 가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강변에는 2㎞ 모래백사장이 있어 ‘내륙의 해수욕장’으로 불린다. 강 건너에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진 경치도 장관이다.

순창군 북흥면의 추령장승촌은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과 백양사가 인접한 해발 320m 고원지대에 자리했다. 자포마을 석보마을 덕흥마을 대각마을 동산마을 어은마을 등 6개 마을로 구성된 추령장승촌에서는 마을마다 당산제, 솟대장승제 등 전통 제사를 지낸다. 근처에 성리학 대가인 하서 김인후가 후학을 가르치던 낙덕정도 둘러볼 만하다.

숙박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숙소와 민박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25명 이상 단체부터 4인 객실까지 규모별로 선택할 수 있다. 하루 숙박비는 4인 기준 8만~10만원(성수기 기준)이다. 바비큐장, 공연장, 족구장 등 숙소 주변에 있는 다양한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고추장 익는 마을 관계자는 “고추장뿐 아니라 솔잎 향균 된장, 냄새 없는 청국장, 간장, 토종 꿀 등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특산품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며 “이번 휴가는 순창에서 아이들과 함게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특별한 경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찾아 가는 길

전북 순창군 구림면 안정리 343. 서울에서 호남고속도로 태인IC를 지나 순창 방면(27번 국도)으로 약 10㎞ 간 뒤 삼거리 교차로에서 우회전한다.

3㎞ 정도 가면 고추장 익는 마을이 나온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순창 방면 고속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문의는 대표전화(063-653-7117) 또는 마을 홈페이지(www.anjeong.org).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