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은행에 입사해 같은 날 지점장으로 승진한 부부 은행원이 탄생했다. 시중은행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25일 외환은행에 따르면 하반기 정기 인사발령에서 21년차 사내커플인 김학돈 차장(50)과 최문형 차장(45)이 청담역 지점장과 대치역 지점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입행 직후 같은 지점에서 만나 1년5개월 만에 결혼한 이들은 같은 날 ‘은행의 꽃’이라 불리는 지점장 자리에 올랐다.

▶관련 인사 A33면

김 지점장은 1990년 1월 중견행원 공채로, 최 지점장은 같은 해 3월 대졸 여행원 공채 1기로 각각 입행해 서울 태평로 지점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신입행원 시절부터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하며 가까워졌다.

업계에서는 같은 은행 직원끼리 결혼하는 것을 ‘대체거래’나 ‘자전거래’라고 부른다. 대체거래는 내부에서 회계상으로만 거래하고 현금이나 어음 등 실물이 오가지 않는 거래다. 부부는 ‘대체거래’를 해서 좋은 점으로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지점장은 “사표를 쓸까 고민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내가 큰 힘이 돼 줬다”고 했다. 최 지점장도 “남편은 동료이자 친구이며 가족”이라며 “직장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내일처럼 고민해주는 남편이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둘 다 지점장 승진에 성공했지만 각기 ‘전공’은 다르다. 최 지점장은 11년간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일해 고객 관리에 능하다. 김 지점장은 자금관리와 시장 전망 분야에 정통하다. 최 지점장은 “서로의 장점을 배워가며 일하면 지점장으로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외환은행의 이번 하반기 정기인사 발령에서는 최 지점장과 같은 여성 행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본점 주요 부서인 개인상품부 부장에는 분당지점장과 상현지점장을 거친 조성숙 부장이 임명됐다. 외환은행 최고의 고객만족(CS) 전문가로 꼽히는 최희수 팀장은 인력개발부 연수지원팀장에, ‘정통 영업우먼’으로 불리는 김미애 팀장은 노사협력부 직원만족팀장에 각각 선임됐다.

이상은/박종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