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1회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아시아 IT시대' 연다
2회 15억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소프트웨어
3회 '네 라인을 아느냐' 우리가 몰랐던 라인의 일본 점령기
4회 라인 vs 카톡, 2라운드 무대는 '일본'
5회 日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손에 쥔 두 남자
6회 한국 업체, 만리장성 넘어야 산다
7회 한중일 모바일 통일, "연합전선 필요하다"




일본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인기 순위를 가리는 '오리콘차트'가 있다면 1위는 무료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카카오톡이 차지했을 법하다. 일부 IT업체들이 '모바일 한류 현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에서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의 인기가 거세해 불고 있다.

한국 SW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이들은 40대 중반의 두 남자. 모리카와 아키라 NHN재팬 대표(46ㆍ사진 오른쪽)와 박차진 카카오재팬 대표(43)가 주인공이다.

박 대표를 지난 11일 도쿄 에비스의 카카오재팬 사무실에서, 아키라 대표를 지난 13일 도쿄 오사키의 NHN재팬 사무실에서 만났다.

◆"라인의 성공은 NHN의 성공"

모리카와 대표는 2003년 NHN재팬에 입사한 뒤 2007년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짧지 않은 NHN재팬의 역사'를 함께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첫 직장인 소니의 맞은 편 건물에서 NHN재팬을 이끌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던 그가 NHN재팬으로 옮긴 뒤 처음으로 느낀 것은 '벤처기업의 열악함'이었다고 했다.

그는 "도쿄 시부야의 작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NHN재팬은 당시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책상을 주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아키라 대표에게 매출은 신경 쓰지 않아도 좋으니 세상을 바꿀 만한 좋은 제품(SW)을 만들어보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기업문화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서운 회장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모습이 그간 한국 회사에 대한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NHN은 달랐죠. 회식자리에서 누가 대표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모리카와 대표는 지금의 자리에 오른 과정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일본시장에 야심차게 내놓은 검색사이트 네이버 재팬은 최근 3년간 거의 이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4월 인수한 일본 포털사이트 라이브도어와 네이버 재팬을 흡수 합병하면서 조만간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죠."

그는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넘버원이 된 것" 이라며 "NHN재팬의 성공이 아니라 NHN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SW 시장은 모바일 분야이기 때문에 라인의 글로벌 인기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모리카와 대표는 아오야마가쿠인대학 출신이다.

◆"골리앗 이기는 다윗 보여줄 것"

박차진 대표는 지난해 초까지 CJ인터넷 일본법인장을 역임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그가 벤처기업 카카오에 들어온 이유는 단 하나. 성장하는 비즈니스라는 것.

박 대표는 "몇년 전 김범수 카카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꿈이 같다는 것을 느꼈다" 며 "앞으로 미래 비즈니스는 스마트폰에 답이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카카오재팬 대표에 오르며 '카카오 군단'에 합류했다. 현재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라인에 뺏긴 상황에서 박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하지만 그는 "설령 카카오톡 본사와 경쟁하는 상황이 온다해도 카카오톡을 이길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 맨션에 입주해 있는 카카오재팬 사무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직원 10명이 모여있는 작은 곳이지만 이곳이 역사적인 장소가 될 것입니다."

박 대표는 라인과의 대결을 "다윗(카카오톡)과 골리앗(라인)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윗의 전략은 골리앗의 전략과 완전히 달라야 이길 수 있다" 며 "현재 일본에서 카카오톡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명을 짓는 것과 일본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하반기 새로운 서비스 출시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새 사무실을 얻고 직원을 50명으로 늘릴 계획" 이라며 "연말에는 카카오재팬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차진 대표는 성균관대 출신으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한경닷컴 이지현(도쿄)ㆍ강지연(베이징)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