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내증시는 유럽발(發) 삭풍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심리적 지지선인 1780선에서 지지력을 시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불확실성에 1800선을 내줬다. 지수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우려가 재부각되며 하락 출발한 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도세에 장 후반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다만 1780선이 주요 지지선 역할을 하며 추가적인 하락을 막았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 재부각으로 급락한 점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인 7.50%로 치솟았다. 지난 20일 발렌시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 이후 무르시아 지방정부도 지원 요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라지면서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증시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며 위축된 투자심리에 한층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불거지는 문제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악재는 아니라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발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에 이어 지방정부까지 자금지원을 요청한 痼막� 알려졌고, 그리스는 긴축안 이행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들이 제기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악재에 유로존 재정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에 주는 파급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우려감이 기존 위기국 뿐 아니라 재정안정국이라고 꼽혔던 독일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는 23일(현지시간) 독일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3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3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최고등급인 'Aaa'(트리플 A)를 유지했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와 스페인 및 이탈리아와 같은 채무위기를 겪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보다 많은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3개국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핀란드의 신용등급은 Aaa,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기존대로 유지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위기감을 더하며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대응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오세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스페인 지방정부의 유동성지원 요청으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은행권 직접지원에 걸었던 기대가 무색해 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식의 가격 매력은 있으나 증시가 상승반전을 꾀할 기폭제가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대응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현재 문제들이 앞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일단 지난 6월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 지원을 정부 보증없이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스페인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상황만은 피하고자 하는 것이 유로존의 정책 방향이다"라며 "스페인 지방정부의 부실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한 악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